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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Mar 21. 2020

봄과 민속문화 대백과 사전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봄이 왔다고 생각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실제로 ‘완연한 봄이구나’ 하고 생각해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늘 무의식적으로 아침에 가벼운 옷을 골라 입고 나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 후회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내 넘쳐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 때문에 그 외 사건에 대해서는 장님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봄이 와있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꽤 자주 - 술래잡기에서 열을 세는 도중 실눈을 뜨듯 - 둘러봤지만 주변은 여전히 두터운 코트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봄이라고 인정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것.

오전에 다이어리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재작년 오늘의 일정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일 때문에 전주에 내려가 있었다. 오래전 이긴 하지만 보통 서울을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내려가 있던 이틀 내내 비가 내렸었다. 그때 건물 바깥에서는 늘 우산 아래 길바닥만 보며 걸어 다녔고, 한 번도 하늘을 올려다본 기억이 없었다. 그렇게, 빗속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 정리하는 회의를 하고 지친 상태에서 건물을 나서는데, 바깥에는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 동화 속처럼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었다.



불과 20분 전만 해도 빗속을 뚫고 힘들게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보라가 휘날리는 거리’라니, 엑스맨의 블링크나 어벤저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자신들의 텔레포트 능력을 처음 썼을 때 그런 기분이었을까?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가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 예측하지 못했던 광경에 꽤 오랫동안 멍하니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3월이면 한참 봄 같지만 눈이 오기도 한다니까요?


한국 민속문화 대백과 사전을 보면, 봄은

1년의 4계절 중 첫 번째인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월부터 5월까지를 말하며 천문학적으로는 춘분(3월 21일경)에서 하지(6월 21일경)까지이다.

라고 되어있는데, 왠지 한국 민속문화 관리공단이란 것이 있다면 그곳에 수정 요청을 하고 싶어 진다. 뜬금없지만, 그래서 백과사전 편찬이 어려운 것 아닐까? 애매한 정의마다 나처럼 수정 요청을 해온다면 짜증이 솟구칠 것만 같다. 물론 그런 일에 익숙해지면 이렇게 느긋하게 응대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요? 어디 내년에 한번 더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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