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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Mar 05. 2020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다는 건...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 지 어느 덧 1년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의사선생님과의 상담과 약과 함께 해왔다. 처음에는 불면증과 불안장애로,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 우울증 여러 감정이 나를 휘몰아 감싸면서 지나는 동안 많은 종류의 약들과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 정의로 정신의학(psychiatry)은 정신(psyche)을 치료한다는 뜻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정신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혹은 행동)의 문제들과, 더 나아가서는 건강 및 병적 상태에서의 개인의 행동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학의 한 분야라고 정의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점점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추세로 심평원의 ‘최근 5년간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조울증 환자 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조울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총 170만 5,619명으로 2014년 129만 4,225명 대비 31.8% 증가했다. 그만큼 이제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의학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는 평균 3만~5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누구에게는 그저 약을 처방 받는 곳이고, 누구에게는 괴로움을 털어 놓는 장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 인생을, 삶을 깨닫고 새로운 점을 느끼며 배워가는 곳이기도 하다. 문득 지난 1년을 되돌아 봤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을 때 나는 큰 결심을 하고 찾았다. 당시에 수년동안 불면증을 앓고 있어 심신이 모두 힘든 상태였다. 나는 도저히 계속 이렇게는 살 수 없다며 병원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지금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 나는 불면증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이외에 나의 개인 적인 일들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을 다니면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가슴 깊이 숨겨뒀던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제 정신건강은 정말 괜찮은 건가 학창시절부터 의심이 들었어요. 

저희 엄마는 조현병 환자이셨거든요. 

엄마가 저와 단 둘이 있을 때 내뱉는 말들이 저에겐 상처가 됐어요.      


그런데 괜찮은 척 해야했어요....     


전 정말 괜찮은건가요?”      


선생님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리고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며, 나의 말에 공감해주고 위로해줬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그럴 수 있었던 감정이라 내 스스로 이해가 됐다. 내 자신을 이해해주고 나니 한층 마음이 성숙된 것을 느꼈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나에게 일어났던 사건들을 이야기 하면서 나는 내 삶을 좀 더 성숙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엄마의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럼에도 잘 자랐다고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럼에도 잘 버텼다는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선생님에게 지인에게 당한 배신감을 털어놓았을 때도, 어린시절 엄마와 함께 따라갔던 병원에서 받았던 상처를 털어놓았을 때도 나는 내 인생을 잘 버텨왔다는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물론 난 잘 버텨왔다. 죽고 싶을 때도 잘 버티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공허함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병원을 다니면서 그 공허함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에게 정신건강의학과란 내 삶을 받아들이고, 나를 깨우쳐 가는 곳이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용기를 내지 못했더라면 나는 어떤 길로 들어섰을까.      


아직도 사회에 만연하게 깔린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곳이 아닌데, 오히려 건강한 사람도 한 번 방문하면 자신에 대해 인정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인데 왜 다들 거부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특히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들에 대해서는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아무 약이나 지어주지 않는다고. 약을 먹고 무기력해지거나, 살이 찌거나 평생 먹어야 한다거나 그런 편견으로 정신과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이제 넣어둘 때도 되지 않았나. 물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선생님에게 이야기 하면 된다. 나에게 부작용이 적은 다른 약을 대체해주실거다. 그리고 호전이 되어 약이 필요 없으면 치료는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이야기 해주실 거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그리고 훗날 또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다시 찾아오면 된다고 말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발걸음을 디딘 나는 평생을 함께 갈 것이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검진차원에서 간다고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까? 다른 병들은 건강검진을 통해 사전에 예방을 하려 하면서, 왜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보이지 않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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