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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Dec 29. 2020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상담센터, 어려우신가요?

정신건강의학과는 어려워 


마음의 병을 얻으면 생각나는 곳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을 때 흔히 생각하는 두 곳이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상담센터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흔히들 정신과라 부르는 정신건강의학과는 약물 치료가 우선이고, 심리상담센터는 한 시간 동안 온전히 1대 1로 상담, 카운슬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신과는 좀 꺼려진다고. 진. 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가는 곳 아니냐고. 그리고 정신과를 가기 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봐야 안다고. 그런 이야기에 나는 일부 공감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내 마음이 황폐해졌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것을 알지만, 독서도 명상도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 무엇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태. 그 경험을 한 사람들은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곳을 가야 할까? 나에게 맞는 곳은... 

나는 두 곳 모두 다녀본 기억이 있다. 처음 방문한 것은 심리상담센터였다. 왜냐고? 

정신건강의학과가 꺼려져서가 아니다. 당시에 나는 약물 치료보다는 내 마음을 깊이 알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길게 상담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나에게 더 좋다고 생각한 판단이었다. 


그곳에서 검사한 테스트에서 나는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심각했다. 거기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나는 화를 내고 감정을 분출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해, 쌓이고 쌓인 감정을 한 번에 폭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기에 오랜 상담을 권유받았다. 한 번 두 번 상담을 다니며 나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상담 선생님에게 털어놨다. 조금씩 나에 대해 스스로 이해를 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나를 이해했지만 내 일상에서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괴로웠다. 나는 여전히 감정을 쌓아 놓고 폭발했고, 괴로워했고, 우울했고, 슬펐다. 점점 내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 것처럼 괴로워졌다. 그리고 상담이 길어질수록 금전적인 부담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한 시간에 10만 원의 금액을 내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일이 언제 끊겼다가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프리랜서인 나에게 고액의 상담료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특히 나의 직업은 열정 페이보다 더한 열정을 강요받기도 하던 곳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결국, 상담에 수백만 원을 지출했지만 나는 완치를 하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다. 


한동안은 괜찮았다. 심리상담센터에서 경험하고 듣고 느꼈던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독이며 생활해왔다. 그러다 또 내 인생의 큰 사건이 터졌다. 파워하라에 의한 성추행이었다. 큰일이 아니라고 넘겼지만 이 사건은 내 삶을, 인생을 뒤 흔들 만큼 큰 생채기를 남겼다. 당시에는 몰랐다. 이렇게 내면에 깊은 골짜기를 만들었을 줄. 


나는 다시 정신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돈의 부담 때문이었냐고 물어본다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에 나는 심각한 수면장애와 불안장애, 우울증, 자살충동까지 모든 것이 겹쳐 약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더 안 좋은 생각이 들고 깊은 수렁에 빠진 기분을 느낀다고 판단했기에 주저 없이 병원을 선택했다. 


나는 운이 좋았다. 약물치료가 위주인 정신건강의학과였지만, 나를 담당한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나의 상태를 듣고 심리상담을 함께 진행해줬다. 긴 시간 동안. 항상 다른 내담자가 많이 오지 않는 요일과 시간을 미리 알려줘 그 시간에 방문하도록 해줬고, 상담시간도 2-30분의 시간을 내어주었다. 때로는 상담시간에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는 더 시간을 내주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다. 나는 이런 선생님을 만난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주치의가 아닌 곳도 많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 역시 나에게 꼭 필요한 수면장애 약을 처방해 줄 때도 일상생활이 심각할 정도로 잠을 못 이룰 때가 아니면 강한 약을 처방해 주지 않고, 나에게 그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줬다. 다른 약도 마찬가지였다. 약보다는 상담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약이 남아 있어도 힘들 때는 언제든 내원을 해서 이야기를 하라고 해줬다. 그리고 나의 경우 굉장히 여러 가지 트라우마가 얽힌 복합적인 상황이라 쉽게 빨리 모든 것이 좋아지지 않을 거라며 차분히 나의 상태를 설명해줬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신임을 하고 병원을 다닐 수 있었다. 진심으로 나를 위해 진료를 봐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나에게 조심히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센터를 방문해 보라고 권유를 했다. 내가 보이는 트라우마 중 하나가 성폭력 환자들이 보이는 트라우마와 같다했다. 자신이 깊이 있게 들어줘도 한계가 있다며, 그곳에서 더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했다. 


순간 조금 배신감이 느껴졌다. 매주 마주치는 내가 지겨워졌나. 나를 상담하는 게 힘든가. 동시에 자책감과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이런 마음이 든 건 내가 아직 덜 아물었기 때문이라고. 일 년 넘게 나를 지켜본 선생님이 권유를 했다는 건 그곳에서 더 나에게 유용한 상담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아쉽게도 나는 권유받은 곳에 아직 찾아 나서지는 못했다. 또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괴롭고, 나 스스로 성폭행을 당한 건 아닌데.... 꼭 가야 하나 그런 마음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내가 괜찮아지면 선생님의 조언대로 상담센터를 찾아가 볼 생각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입니다. 

내가 오늘 이 글을 쓴 이유는 각기 다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상담센터 중 어느 곳을 가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두 곳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1. 정신건강의학과는 모든 정신질환을 다룬다. 

   심리상담센터는 마음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2. 정신건강의학과는 주로 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심리상담센터는 대화를 통해 심리치료를 한다 

3. 정신건강의학과는 심리상담센터와 비교해 진료비가 저렴하다 

    단, 기록이 남는다. 


이 외에도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부디 세세하게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모든 곳의 선생님은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다. 나와 맞는 선생님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내 이야기를 하기 싫고 약만 받아서 치료하고 싶은 사람은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면 된다. 다만, 약이 근본적인 우리 마음을 고치지는 못한다. 그저 일상생활을 좀 더 나아지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약을 먹으면서 상담도 하고 싶다면 그런 선생님을 찾아 나서면 된다. 전화를 해서 긴 상담이 되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심리상담센터도 마찬가지다. 좋은 상담가도 있지만 일명 사짜 같은 상담가도 존재한다.  내가 잠시 다녔던 곳의 심리상담센터 상담가가 그랬다. 상담보다는 농담 따먹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진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니 부디 한 번씩은 상담을 해보고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정신건강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병원 쇼핑을 하면 어떤가. 그래서 나와 맞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다면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의 건강과 관련된 일이니 말이다. 부디 좋은 선생님, 좋은 상담가를 만나 내일의 내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기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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