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는 같은 계절을 견디지 않는다
추운 날
잃어버린 장갑 한 짝은
한없이 안타깝고 간절하다.
손은 시리고
마음은 허전해서
남은 한 짝을 괜히 더 꽉 붙잡는다.
하지만 날이 풀리면
그렇게 놓지 못하던
한쪽 장갑의 존재마저
서서히 희미해진다.
그 장갑이
유일한 것이었다면,
혹은 특별한 기억이 깃든 것이었다면
그 잃어버림은
오래도록 손끝에 남아 아릴 것이다.
그러나
다른 장갑들이 있다면
그 마음의 무게는
생각보다 덜 아플 수도 있다.
관계도 그런 것일까.
지켜야만 했던 추위 속에서는
서로에게 꼭 맞는 존재처럼 느껴졌지만
계절이 바뀌고
온도가 달라지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관계도 있다.
그때 필요한 건
붙잡음이 아니라
경계다.
경계는 차갑지만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고,
단절은 잔인해 보이지만
더 얼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손이 다시 따뜻해질 즈음
옅어진 기억 속에서도
기어이 찾아오는
그리움이 있다.
딱 맞는 다른 장갑이 생긴다면
그 그리움은 사라질까.
아니면
사라지지 않는 채로
조금 덜 시리게
자리를 옮길 뿐일까.
아마 그리움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바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붙잡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러나 함부로 버리지도 않는 자리.
손에 끼지 않아도
서랍 한켠에 조용히 접어 두듯
기억도 그렇게
보관될 수 있다면.
그리움은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남는 것이 아니라
나를 확인하기 위해
남아 있는 것일 테니까.
회복이란, 그리움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리움이 머물 자리를 정해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