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중요성
1992년 미국 제42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대통령이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를 누르고 빌 클린턴이 당선이 되었을 때, 그 선거 캠프에서 내 건 슬로건이 “It’s the Economy, stupid!” 였다죠. 실제 국민들의 어려움이 뭔지 모르고 정치적 플레이만 하는 조지 부시를 상대로, 경제 불황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잘 짚어 낸 슬로건이었기에, 선거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어요.
갑자기 정치, 선거 얘기를 꺼낸 이유는, 유학이나 이민의 핵심이 뭔지를 잘 짚어보자는 의미에서 에요. 그리고 물론 그 핵심은 이번 챕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어”이고요.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예요. 퀘벡 주는 불어만 사용한다고 봐도 될 정도고요. 우리가 잘 아는 온타리오 주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해요. 아무리 이민자가 많고 한인 사회가 넓다고 해도 이 사회 자체가 영어 기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영어를 무조건 잘해야 하죠.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과 같은 조건에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영주권 + 영어 실력이 있어야 겨우 비슷한 수준이 되는 거예요. 그전에는 비자 상태도 불안정하고 영어도 잘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인 거죠. 그래서 영어 공부하러 캐나다 가는 거잖아! 워킹 홀리데이가 일 하면서 영어 배우라는 프로그램 아니야?!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Stupid! 영어가 돼야, 와서 일도 하고 생활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영어를 잘하는데 왜 캐나다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고 취업을 하냐가 아니라, 영어를 어느 정도 하기 때문에 캐나다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고 취업을 하는 거예요. 말도 하나 못하는 사람이 문화나 사회에 대한 적응을 어떻게 할 거며, 어떻게 학업을 따라가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어는 미리 한국에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가야 하는 부분임을 강조드려요.
그럼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어야 하느냐가 또 궁금하시겠죠? 다다익선이라고 잘하면 잘할수록 좋겠지만, 그러다간 영어 공부만 하다 영영 캐나다엔 오지도 말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기본 수준은 CLB (Canadian Language Benchmarks) 5라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딱 저만큼만 하고 오면 된다고 말하기는 힘든 게,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은 학교에서 입학 수준으로 요구하는 점수가 있고 (그게 대부분 아이엘츠 아카데믹 Overall 6.0이고 CLB 7 임), 유학이 아닌 어학연수나 영주권을 위한 취업으로 오시려는 분들은 CLB 기준 최소 5는 되어야 주정부 이민이나 EE (Express Entry) 진행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영어 수준 지표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어요.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CLB라는 캐나다의 언어 평가 지표는 레벨을 10까지 정의하고 있고요, IELTS 시험의 결과는 각 분야별로 레벨마다 매칭되는 점수가 있어요. 참고로 IELTS 시험은 캐나다뿐 아니라, 호주나 뉴질랜드 등 영연방 전역으로 유학 및 이민 시 사용되는 공인영어시험인데요, 대학 입학을 위한 IELTS-Academic과 이민 시 점수 제출용으로 사용되는 IELTS-General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어요. 그리고, 앞서 언급한 또 하나의 영어시험인 CELPIP은 점수 구성이 CLB와 동일해서 CELPIP에서 6점 받았으면, CLB 6인 거예요. 참고로, 영주권 진행을 위해 영어 점수를 제출할 때네 성적은 Listening / Reading / Writing / Speaking 4개 영역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가 내 CLB 점수가 돼요. 예를 들어, CELPIP 나머지 영역은 다 7인데, Speaking만 5라면, 평균은 6 또는 7 일지 몰라도, 내 CLB 점수는 5가 되는 거죠. 그리고, 대학 입학의 경우 Overall 기준도 있지만, Each 기준도 있어서 어느 한 영역도 과락이 되면 안 돼요. 예를 들면, 제가 입학하던 당시 학과 영어 성적 기준은 IELTS-Academic 기준 Each 5.5 이상 + Overall 6.0 이상이었어요.
영어가 안되면 대학교나 사설 어학원에서 제공하는 Pathway 과정을 들으면 되긴 해요. 그러면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어학 과정을 거치고 본과 입학을 할 수 있는데요. 그 기간 학비와 생활비를 생각한다면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니라고 봐요. 더구나 자녀가 있고, 가족이 함께 해외에 나간다면 무상 교육이 안되거나 배우자 워크 퍼밋이 나오지 않는 등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나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능력이 좋아서 학업을 하지 않고도 캐나다에서 취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서 취업을 택하는 게 아니라 단지 영어를 피하고 싶어서 취업을 하는 거라면 오히려 더 나쁜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결국 영주권 준비 과정에서 영어 점수가 필요하거든요. 그때 가서는 캐나다에서 일도 하고 생활도 좀 했으니 영어 성적이 더 좋을 것 같겠지만, 실상은 영어를 피해서 취업을 하다 보니 한국인하고만 일하는 한인 회사, 한인 사회 속에 있고 일하느라 바쁘고 지쳐서 영어 공부를 할 시간도 체력도 되지 않아서 실상 영어 실력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거든요. 여기서 지내면서 만나는 한국인들 보면 캐나다 영주권자에 10년 넘게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영어를 못해서 한인 사회에서만 사시는 분들도 많고요, 원하는 영어 점수가 안 나와서 거의 10년째 LMIA를 연장해 가며 영주권 없이 한인 초밥 레스토랑에서 일하시는 요리사분들도 종종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영어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로 다시 귀결됩니다.
영어가 위에 얘기한 CLB 5 정도 되면, 학교를 다니거나 외국인과 카페 혹은 식당에서 함께 일하면서 대화를 통해 Listening과 Speaking을 많이 늘릴 수 있거든요. 한국에서 공부한 영어를 바탕으로 캐나다에서는 실력을 늘리고 현지식 영어를 더해나가는 거라고 보셔야지, 캐나다에 와서 영어를 기초부터 쌓으려고 하시면 안 돼요. 기초 영어 수업은 한국 학원들이 훨씬 저렴하고 잘 가르치니까요.
참고로, 프랑스어를 잘하면 캐나다에서는 무조건 이득이에요. 앞서 언급했다시피 캐나다는 국어가 2개인 나라고, 그래서 퀘벡이 아니더라도 어느 주를 가더라도 프랑스어를 우대해요.
위에 표는 TEF (Test d'évaluation de français / French Evaluation Test)라는 캐나다 공인 프랑스어 점수와 CLB 레벨과의 매칭 테이블인데요. 이처럼, 프랑스어를 우대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퀘벡, 프랑스 출신 캐나다인들이 역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해서 하나의 캐나다 연방에 소속시키기 위한 방침 중에 하나예요. 그래서 어느 주를 가나 프랑스어 중심으로 학업을 하는 French Emulsion School들이 있어요. 프랑스 출신 캐나다인들이 자녀들의 프랑스어 교육권을 보장받게 하기 위한 정책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퀘벡의 분리 독립운동은 1980년 첫 국민투표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지요. 1995년 2차 국민투표에서는 찬성이 49.42% 반대가 50.58%로 정말 근소한 차이로 연방 유지가 결정되었지만 그 움직임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어요.
아무튼 이러한 정치적, 역사적 이유로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잘하면 영주권 획득에 있어서도, 취업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해요. 그래서 혹시나 제2 외국어로 프랑스어를 공부하신 분들이시라면 어떤 이민 프로그램을 선택하시던 이 부분 간과하지 마시고 시험 준비 잘하셔서 추가 점수 확보 하시고 캐나다 생활에 있어서 영주권이던 취업이던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라요.
끝으로 한 번 더 정리하자면, 이렇게 영어 기준이 있기 때문에 유학이, 유학 후 이민이 쉽지만은 않은 거죠.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영어 시험을 준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