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활용 혼자 하는 영어 회화 공부
영어 시험 성적만이 영어 실력의 전부는 아니죠. 우리 모두가 다 알듯이 수능 영어, 토익 점수 높다고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 없잖아요. 특히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회화는 더욱 그렇죠. 앞 챕터에서는 해외 유학이나 이민을 위해 필요한 시험 영어를 대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챕터에서는 실제 생활하는데 필요한 원어민 회화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해요. 물론 비싼 1대 1 원어민 과외나 하루 몇 시간씩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다면 좋은 어학원을 다니면 되겠지만, 저는 저처럼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혼자 할 수 있는 영어 회화 공부에 대해 제 경험을 토대로 한 번 얘기해 드릴게요. 앞에서도 계속 얘기했지만, 저는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전혀 아니고,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읽고 쓰는 것만 익숙할 뿐 듣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하는 사람 중 하나예요. 그런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도 어느 정도 귀를 틔우고, 말을 하기까지 도움이 되었던 공부 방식이라서, 저와 같은 입장에 계신 분들에게 꼭 알려 드리고 싶어요.
핵심은 넷플릭스 (Netflix). 꼭 넷플릭스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등 다양한 OTT 서비스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많은 걸 이용하시면 돼요. 그럼 정확히 뭘 어떻게 활용하면 되느냐를 자세히 한 번 설명해 드릴게요. 소위 말하는 쉐도잉 영어라는 건데요. 그냥 무작정 따라 하라고만 하면 뭘 어디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너무 막막하다는 걸 제가 더 잘 알죠. 콘텐츠 선택부터 공부하는 방식,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는 방법 등 제가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소개해드릴게요.
어떤 콘텐츠로 공부를 해야 하느냐 에서부터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빠지게 돼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재미를 느끼고 계속 보고 싶은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딱히 그런 게 없다면 제가 찾은 기준으로 한 번 골라 보세요. 우선 미드 같은 시리즈는 처음에는 일단 피하는 게 좋아요. 처음 시작하면 반복해서 봐야 하는데, 드라마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한 회를 반복해서 보고 있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영화를 추천하는데 의학 용어나 법 용어 등 전문적인 용어가 너무 많이 나오는 영화는 추천하지 않아요. 입에 잘 붙지도 않고, 그거 다 외워봐야 일상에서 쓸 일이 없으니까요. 시대물도 피해야 할 대상이죠. 우리가 원하는 건 현대적인 언어와 일상 회화니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 온 외국인이 한국어 공부하기 좋은 콘텐츠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 주시겠어요? 외국인한테 사극이나 조선시대 배경 영화를 공부하라고 추천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영어 공부용 콘텐츠로 일상적인 회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현대물을 추천드려요. 로맨틱 코미디나 스릴러,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이면서 시대적 배경이 현대인 영화들이 좋죠. 그다음으로는 애니메이션도 추천드려요.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정확한 발음과 문법, 슬랭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녹음을 하기 때문에 오디오가 겹치거나 뭉개지지 않아서 듣기 실력을 키우는데도 정말 좋아요. 이런 기준으로 제가 처음 쉐도잉 했던 영화는 서치 (Searching)라는 영화였어요. 그다음에는 토이 스토리 1~4편을 가지고 공부했었고요. 그다음으로 선택한 영화는 소셜 네트워크였어요. 한국에서 이렇게 총 6편의 콘텐츠로 약 1년 동안 쉐도잉을 했었어요.
물론 저 때는 디즈니플러스 론칭 전이라 디즈니나 픽사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에도 많이 있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꼭 넷플릭스만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 자신이 이용하는 OTT 서비스 내에서 위에 말한 기준으로 콘텐츠를 골라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처음부터 무작정 따라 해 보라고만 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요. 저는 그래서 대사 스크립트를 먼저 다운로드하여서 전부 출력했어요. 영어 자막이 제공되기 때문에 스크립트가 꼭 필요한 건 아닌데 저는 모르는 단어나 문장 해석도 하느라 프린트를 해서 사용했어요. 왠지 종이와 연필을 손에 쥐지 않으면 공부하는 기분이 나지 않는 옛날 사람이라서 그랬나 봐요.
그리고, 하루에 한 씬 (Scene) 싹만 공부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하나의 대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혹은 장면이나 인물의 전환 크게 일어나기 전까지를 기준으로 나누어서 공부를 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어디서 어디까지 공부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저는 하루 한 장면이라는 기준을 두고 했어요. 물론 대사 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이나 몸싸움, 클로즈업 등 쉐도잉 할 부분이 없는 부분은 그냥 보고 지나치고 학습 대상에 포함하지 않지요.
공부 방식에 대해 좀 더 설명하면, 처음에는 한글 자막으로 먼저 내용을 이해해 두고요, 영어 자막을 켜서 (또는 스크립트 프린트를 보고) 실제 영어 문장을 읽어봐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나 표현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죠. 그다음에는 반복해서 들으면서 저 문장들이 어떻게 발음되는지 귀에 익숙하게 만들어요. 그리고는 따라 말해보는 거죠. 절대 들린다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되고 내가 같은 속도로 따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해요. 마지막으로는, 자막을 모두 끄고 들으면서 따라 말해보는 거예요. 두 사람의 대화라면, 처음에는 A라는 인물의 대사만 내가 해보고, 그다음에는 B라는 인물의 대사를 따라 하면서 마치 내가 그 인물이 되어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연습하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쉐도잉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아요. 우리가 일상 회화를 한다는 건 다른 사람 (특히 외국인, 영어 원어민)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데요. 일상 회화를 많이 담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가지고 그런 대화를 연습하는 거죠. 상황에 따라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연습할 수 있어요.
하루 한 장면을 수십 번 돌려보고 반복해서 앵무새처럼 소리 내서 따라 읽는다는 게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 될 거예요. 저도 첫 영화는 거의 4달 가까이 걸렸던 거 같아요. 하지만 한 번만 그렇게 하고 나면, 그다음 콘텐츠부터는 부쩍 수월해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내 귀가 점점 트이는 게 느껴지고, 내가 영어로 말할 때 목이 막힌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던 것이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끼실 수 있어요. 물론 저도 아직 완벽하지 않고 갈 길이 먼 영어 중급자지만, 가장 어려운 고비는 처음이 아닐까 싶어서 주제넘지만 제 경험을 남겨 보았어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크립트가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간혹 OTT가 아닌 다른 루트로 콘텐츠를 구해서 공부하려고 하시는 경우에 자막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요. 이런 경우에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웹사이트 두 개가 있어서 추천드려요.
첫 번째는 Subslikescript라는 사이트예요. 홈 페이지에 좌우로 광고 이미지가 좀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보기 안 좋지만, 정말 방대한 양의 영화와 TV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드, 영드) 스크립트 데이터가 있어요. 선택한 뒤 화면에서 긁어서 워드 같은 곳으로 붙여 넣기 해서 보면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어요.
► Subslikescript 사이트 링크: https://subslikescript.com/
다른 하나는 TranscriptDB라는 사이트인데, 여기도 물론 많은 양의 영화와 TV쇼 스크립트가 보관되어 있어요. 그리고 앞서 소개한 사이트와 달리 광고 이미지가 하나도 없어서 정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예요.
► TranscriptDB 사이트 링크: https://transcripts.thedealr.net/
스크립트를 프린트해두면 마치 영어 교재처럼 이용해서 내가 공부한 부분까지 표시할 수도 있고, 어렵거나 몰랐던 단어나 표현들을 표시해 둘 수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저처럼 뭔가 적으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시라면 쉐도잉도 스크립트 프린트와 함께 하시면 도움이 되실 거 같아서 추천해드려요.
이번 챕터에서는 영어 회화를 혼자 공부하는 방법으로 영어 콘텐츠 쉐도잉 학습법을 설명했는데요. 핵심은 내 목소리로 직접 말을 해보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내 발음을 보정하고 또 듣는 훈련을 함께 하는 거예요. 이렇게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훈련하는 건 사실 우리가 어릴 때 한국어를 습득하던 방법과 똑같은 방식이에요. 다만 지금은 이미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은 모국어를 버리고, 외국어인 영어를 사용하니까 많이 제한적이고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이 지루한 과정을 계속 헤쳐나가는 것이 영어 회화 공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