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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일찍 눈이 떠진다

억울하다...

by 비둘기

평일 아침 눈 뜰 때마다 생각한다.

'더 자고 싶다.'

가끔은 알람을 미룬다.

7시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7시 5분으로.

7시 5분에 울리는 알람을 다시 한 번 끄고, 7시 10분으로.

7시 10분에 울리는 알람을 다시 한 번 끄고, 7시 15분으로.

7시 15분 알람은 배수의 진이다.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금요일 밤이 되면 늘 생각한다.

'내일은 진짜 늦게 까지 자야지.'

삶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주말엔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새벽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많이 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정신이 맑다.

다시 누워 눈을 감아도 잠이 들지 않는다.

아직 자는 아내를 두고 거실로 나온다.

아.. 억울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저 하늘 높은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며 장난치고 있나?

늦잠 자려는 내 당찬 계획을 방해하며 낄낄대고 있을까?

만약 그런 개구쟁이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어이, 주말마다 날 깨우는 개구쟁이 양반! 날 괴롭히니 좋았소?

하지만 당신이 착각한 게 하나 있소.

주말에 일찍 눈이 떠진 게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불행하지는 않구려.

아니, 사실 오히려 더 좋소.

왜냐고?? 당신 덕분에 아내 몰래 <타짜>를 봤거든.

그래서 자네에게 참 감사하오. 다음 주도 부탁하오.

다음 주엔 몰래 스타크래프트를 한 판 하고 싶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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