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법칙이 마음에도...
관성 :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총합이 0일 때,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
관성의 법칙 :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운동하는 문체는 계속 같은 속도로 운동한다.
지구상 모든 물체는 자연의 물리 법칙을 따른다. 내 마음도 물리 법칙을 따른다.
매일 같이 달렸다. 달리는 게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달리지 않으면 뭔가 이상했다. 조금씩 달리기 실력도 늘었다.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좀 더 잘 달리고 싶었다. 더 많이 달리고, 더 빨리 달렸다. 어느 날 인터벌 훈련을 하고 나니, 발목이 조금 아팠다. '내일이면 괜찮아 지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음 날 조금 아팠지만, 계획대로 20km를 달렸다. 그 뒤로 걷기만 해도 발목에 통증이 올라왔다. 도저히 달릴 수 없었다.
몸은 계속 달리고 싶어했다. 평소에 아파도 잘 가지 않는 병원을 찾았다. 한의원도 갔다. 물리치료, 약침 치료, 체외 충격파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받았다.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바로 달리러 나갔다. 하지만 오래 뛸 수 없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푹 쉬기로 했다. 2주 정도를 푹 쉬었다.
2주 만에 몸은 많이 달라졌다. 2주 정도 쉬고 나니, 몸은 달리지 않을 핑계를 하나둘 댔다. 밖은 너무 추워.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 무리하다가 또 다쳐. 몸은 이제 뛰지 않는 상태가 익숙해졌다. 매일같이 달릴 땐, 아무리 먹어도 늘지 않던 몸무게도 급격하게 늘었다. 1월 한 달 동안 5kg이 쪘다. 한 번 생긴 관성은 거스르기 어렵다.
어제 오랜만에 달릴 계획을 세웠다. 여전히 발목은 좋지 않지만, 못 뛸 정도는 아니었다. 천천히 달리고 오려고 했다. 하지만 몸은 계속 유혹했다. 밖이 추워. 발목이 또 다칠 지도 몰라. 그냥 쉬어. 정지해 있는 몸은 계속 정지 상태를 유지하려 했다. 운동 상태를 바꾸려면 힘이 필요했다. 마음을 억누르며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양말을 신고 러닝화를 신는 순간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했다. 힘차게 문을 열고 나왔다. 차를 타고 운동장에 왔다. 그제서야 몸은 유혹을 멈췄다.
오랜만에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더 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얼른 완벽한 몸을 만들어서 더 빨리, 더 멀리 뛰고 싶었다. 몸에 작용하는 강력한 게으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다. 힘의 방향을 바꾸려면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 하기 싫어도 이를 꽉 물고 버티는 순간이 필요하다. 힘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면 더이상 버틸 필요가 없다. 누가 그만 좀 달리라고 말려도 달린다. 다시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억지로 달린다. 추워도, 눈이 와도 운동화 끈을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