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마라톤 대회 전날은 잠을 잘 못 이룬다. 두려움과 기대감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만, 42.195km의 거리는 늘 무섭다. 달리다가 지쳐 멈춰버릴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들었다가, 내일이 최고의 날이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조바심과 자신감 사이를 이리저리 맴돌다가 잘 시간을 놓친다.
개학이 가까워질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학교에 가서 새로운 교실로 짐을 옮겼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여전히 힘들다. 내 짐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짐 정리를 마치고, 교실 정리를 했다. 우리 반 학생들 이름을 정리하고, 이름표를 뽑아 신발장 위에 붙였다. 교실 뒤엔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붙였고, 교실 앞쪽엔 아이들 자리표를 붙였다. 그 이후엔 수업을 고민했다. 첫날 수업에서는 무엇을 할까 생각해보고, 올해는 어떤 가르침을 강조할지 정리했다.
방학이 끝난 게 아쉽지만, 개학이 기대된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새로운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첫날은 어떤 활동을 해볼까? 작년에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올해는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주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수많은 질문에 천천히 답해보았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올해는 최고의 한 해가 될 것 같아!’라는 자신감이 마음속에 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