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까?
소설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써준 다양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가 결코 살아본 적 없는 시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공간,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물. 그들이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 그 속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 좋다. 수많은 소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는 어떤 사람들이 쓰는 것일까?
소설가의 삶을 알고 싶었다. 소설가들이 쓴 에세이를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를 보다가 갑자기 자신도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른 소설가들의 이야기를 봐도 그들과 나 사이의 벽이 느껴졌다. 유명한 글쟁이 한 분도 말했다.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를 만드는 상상력,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감수성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고. 그 이후로 소설을 쓰겠다는 욕심은 버렸다.
꾸준히 내 이야기를 썼다. 그조차도 처음엔 어려웠다. 다행히 꾸준히 쓰다 보니 조금씩 나아졌다. 글이 모였고, 책이 되었다. 책 두 권을 출판했다. 두 번째 책을 출판할 때, 한 스승님께 추천사를 부탁했다. 내 졸저를 읽고 스승님은 이메일을 주셨다.
간결해서 좋다.
구체적이어서 좋다.
소설을 쓰는 것이 나의 꿈인데,
너는 조금만 노력하면 소설도 쓰겠구나.
허허. 칭찬이 과하십니다. 스승의 제자 사랑이란 이성도 마비시키는군요.
기분은 좋았다. 그렇다고 흥분해서 바로 방에 들어가 소설을 쓰거나 하는 영화 같은 일은 없었다. 그저 하던 대로 읽고, 썼다. 더 많은 책을 보고, 더 많은 영화를 봤다. 갑자기 문득 소설 한 편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노트북을 켜고, 타이핑을 했다.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막혔다. 평소 같았으면 깔끔하게 포기 했을 텐데,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읽었던 소설을 자세히 봤다. 문득 소설가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이 긴 걸 어떻게 쓴 거지. 유튜브에 검색했다. ‘소설 쓰는 법’. 온라인 서점에도 검색했다. ‘소설 쓰기’.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초단편 소설 쓰기>를 읽었다. 어쩌면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평소 잘 듣지도 않던 스승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너는 조금만 노력하면 소설도 쓰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