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조회수는 50만이 넘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내 수학 문제 푸는 모습을 왜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달라진 원장의 대우가 좋았고, 거대한 강의실이 좋았고, 그 안을 가득 채운 학생들이 좋았다. 가장 좋은 것은 그만큼 늘어난 수입이었다.
원장은 나를 따로 불렀다.
"쌤, 요즘 고생 많죠. 밥 한번 합시다. 제대로 된 데서."
1차는 고급 일식집이었다. 입구부터 자갈길이 깔려 있었고, 직원은 이름을 외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생전 처음 그런 곳에 와봤다. 회는 눈처럼 투명했고, 간장은 따로 데운 그릇에 나왔다.
"요즘 영상 반응 좋은 거 봤죠? 쌤, 그 느낌 살려서 하나만 더 찍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장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2차 갑시다. 진지한 얘기는 거기서 하죠."
2차는 룸싸롱이었다. 나는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곧 분위기에 휩쓸렸다. 옆에 앉은 여성은 진한 향수 냄새를 풍겼다.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며 술을 따라주었다.
술이 몇 잔 돌자, 원장이 말했다.
“선생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지금 선생님 영상만 터졌고, 다른 선생님들 영상은 반응도 없어요. 수학 관련 영상 몇 개 더 찍읍시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불빛이 부드럽게 흐릿해졌고, 음악은 점점 작아졌다. 옆에 앉은 여자는 서서히 나에게 엉겨붙었다. 나도 자연스레 그녀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았다.
결제할 시간이 되자, 원장이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 젠장. 내 핸드폰 일식집에 두고 왔나봐. 쌤, 일단 좀 부탁. 내가 이따가 바로 이체해줄게."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결제했다. 그리고 식당에 전화를 걸어 원장의 폰을 찾았고, 그는 며칠 뒤 내게 이체를 해줬다. 나는 그에게 캡처한 이체 내역을 보내며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원장님, 어제 결제 금액입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제안받은 대로 몇 가지 영상을 더 찍었다. 수능 수학 암산 풀이, 통계 만점 특강. 중학 수학 특강. 수학 교양 특강까지. 내용은 단순했지만, 조회 수는 나쁘지 않았다. 녹화된 내 모습을 보는 건 여전히 어색했다. 어눌한 말투와 점점 올라가는 판서. 내가 봐도 악플을 달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다른 스타 강사들의 영상을 봤다. 연극 배우들처럼 몰입감있는 그들에게 질투가 느껴졌다. 그들을 조금씩 따라했다.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고, 판서도 깔끔하게 하려고 연습했다. 댓글에는 '000 강사를 따라한다'는 말도 있었다. 아. 사람들 정말 예리하다. 그래도 계속 따라했다. 뻔뻔하게 밀어붙였다. 어느 날부터는 댓글이 달라졌다.
‘예전보다 전달력이 훨씬 낫다.’
‘천재 강사가 이젠 강의력까지!.’
‘이 강사. 동네 학원에 있을 실력이 아니다!’
‘곧 울트라 스터디에서 계약할 듯’
얼마 뒤 정말로 대한민국 1등 인터넷 강의 업체, 울트라스터디에서 연락이 왔다. 마케팅 담당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요즘 선생님께서 찍으신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그 영상을 보고 긍정적인 논의가 있었습니다. 혹시 저희와 계약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깜짝 놀랐다. 내가 울트라 스터디라니. 이게 정녕 현실이란 말인가.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학원이 있는데, 계약을 지금 당장 해야 하나요?”
괜히 이 말을 꺼내, 좋은 기회를 날리는 게 아닌가 후회할 때 휴대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닙니다. 우선 저희 쪽에서 강사 트레이닝부터 받으시죠. 교재 제작, 발성, 판서 등을 교육하는 기간입니다. 3개월 정도 걸릴 겁니다. 그동안 학원에서 계속 수업하시면 됩니다. 대신 계약은 비밀로 대신 계약은 비밀로 해주세요. 사이트에 선생님 이름이 올라가기 전까진 가족에게도 말하면 안 됩니다. 위약금은 저희가 처리할게요.”
트레이닝 시간과 날짜를 정한 뒤, 전화를 끊었다. 아내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아내는 이미 내가 스타 강사가 된 것처럼 기뻐했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나는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 발성, 판서, 손짓, 카메라 응시까지. 마치 배우가 되는 느낌이었다. 매 수업마다 피드백이 쏟아졌다. 나는 강의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계산된 전달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만들어진 강의였단 말인가. 강의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일등학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강사. 즉, 일타 강사가 되었다.유튜브 조회수도 꾸준히 나왔고, 원장이 밥을 사주는 횟수도 늘어났다.
3개월 뒤 트레이닝 과정이 끝났다. 이젠 정말 일등학원과 결별할 때다. 나는 원장을 찾아갔다.
“원장님, 저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울트라 스터디에서 계약하자고 제안이 와서요.”
원장은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이게 장난이에요? 그리고 김홍기 선생. 학생 20명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하던 강사를 이렇게 키워준 게 바로 나예요. 천재 강사 김홍기 타이틀 만들어 준 게 바로 우리 학원이라고요!”
“죄송합니다. 원장님. 위약금은 모두 내고 나가겠습니다.”
그는 웃지 않았다. 대신 핸드폰을 꺼내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내가 보낸 이체 내역 캡처였다.
"이거 기억나죠? 그날 결제하고 보낸 거. 웰니스컴퍼니. 42만 원."
순간 나는 떠올렸다. 내가 그에게 보냈던 메시지.
'원장님, 어제 결제 금액입니다.'
피가 식었다.
"쌤. 요즘 무섭잖아요. 이게 유출되면, 강사 인생 다 끝이에요. 그쵸?"
나는 말을 잃었다. 원장실에서 빠져나와 복도로 나왔다. 숨을 고르며 벽에 기대섰다.
집에 돌아온 뒤, 아내가 물었다.
"요즘 무슨 걱정 있어? 너무 유명해질까봐 떨려?“
아내가 웃는 모습을 보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함에 눈물이 절로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