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안녕하세요. 대통령 안국현입니다.”
안국현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크게 외쳤다. 그는 현재 화명華明시장이다. 경기도 남부에 있는 화명시는 인구 60만의 도시다. 크다면 크지만, 작다면 작은 어중간한 도시.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선에 있는 아슬아슬한 도시. 안국현은 이 어중간한 도시가 그의 삶과 비슷하다 느꼈다.
어느 날 안국현은 혼자 라면을 먹으며 TV 토론을 보고 있었다. 주제는 청년주택 복지 정책이었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한 50대 경제 전문가 패널이 말했다.
“왜 꼭 20대, 30대 청년들이 수도권에 30평짜리 집이 있어야 합니까? 그들은 건강, 아름다움, 두뇌, 열정.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어요. 오직 돈이 조금 없을 뿐이지요. 40대, 50대가 우리나라의 부를 다 가지고 있다고 비난들 하시는데, 우리가 가진 건 그게 전부입니다. 그마저도 20~30대 시절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일해서 얻은 거예요! 저희 50대는 피부에 큰돈을 들여도 20대들처럼 아름답지 않습니다. 병원은 훨씬 많이 가지만, 결코 그들보다 건강해질 수 없지요. 그들은 이미 돈이나 아파트보다 소중한 걸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청년들에게 집까지 준다고요? 그럼 왜 국가는 저에게 탱탱한 피부를 주지 않습니까? 제 주름살은 왜 책임지지 않죠?”
그 순간, 안국현은 젓가락질을 멈췄다.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내 20대는 과연 아름다웠을까? 확실히 외모는 아름답지 않았다. 추했다.
대학교 2학년 MT. 후배들은 늘 잘생긴 동기들 주위로 몰려들었다. “국현 오빠, 여기 술 좀 더 주세요.” 그게 그가 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오빠’였다.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사귄 여자친구는 말했다. 너는 성격이 좋아서 만나는 거야. 3주 뒤, 그녀는 ‘착하지만 잘생긴’ 선배와 손을 잡고 캠퍼스를 걸어 다녔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친구였다. 취업 시즌.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력서는 참 훌륭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거래처와 미팅하는 경우가 많은데. 첫인상이라는 게, 아무래도…”
열 번 넘게 비슷한 이유로 탈락 통보를 받고 안국현을 결심했다.
“외모는 내가 바꿀 수 없어. 그럼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길로 간다.”
그 길이 고시였다. 밤새워 공부했다. 책상엔 늘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가 가득했다.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봤을 때, 그는 이제야 세상 속에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며 안국현은 유능함을 인정받았다. 그 계기로 정치권에 들어오게 됐다. 기쁘게 들어온 정치권에서 그는 다시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는 늘 공천에서 같은 이유로 밀려났다. “사람들이 얼굴을 기억 못 해요.”, “정치는 이미지가 중요해서요.”, “우선 화명시장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시죠.”
그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이게 민주주의냐. 이건 외모 지상주의지.’
TV 속 패널은 여전히 비꼬듯 말했다.
“누군가 불평할 때마다 퍼주는 게 복지입니까? 그럼 키 작은 사람들을 위해서 국가는 뭘 했습니까? 여드름 난 사춘기들을 위한 복지 정책도 만드시죠? 저처럼 못생긴 사람을 위해 국가가 해준 건 있습니까?”
방청객들의 웃음이 터졌지만, 안국현은 전혀 웃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정책은 왜 없었을까. 이거다. 이제 해줘야지. 우리 화명시에서 해줘야지.”
며칠 후, 화명시청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국현 시장이 직접 발표했다.
“화명시는 못생긴 시민을 위한 지원 정책을 도입합니다. 이름하여, 외모 기초지원금. 외모 점수 60점 이하 시민에게 매달 30만 원의 못생김 쿠폰을 지급합니다. 못생긴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수많은 차별을 당하죠. 이런 부정의를 바로 잡는 게 복지의 역할입니다.”
처음엔 다들 웃었다. 유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국현 시장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그게 더 사람들을 웃게 했다.
시청 앞에 ‘못생김 판별기’가 설치됐다. 기계는 얼굴을 스캔한 뒤 점수를 매겼다. 60점 이하이면 바로 지원금 지급 대상이었다. 줄이 길게 늘어섰고, 언론이 몰려왔다. 안국현은 인터뷰마다 같은 말을 했다. “저는 못생김으로 차별받은 사람입니다.”, “못생긴 이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는 인터뷰의 마지막을 늘 같은 멘트로 마무리했다.
“우리 화명시는 외모로 인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책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국의 ‘외모 약자’들이 화명시로 이주했다. 그들은 매달 3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화명시의 부동산 가격은 들썩였다. 자영업자들은 ‘못생김 지원 쿠폰 사용 가능’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못생김 연대’라는 시민단체까지 생겨났다. 한편,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은 갑자기 찬밥 신세가 되었다. 사회 곳곳에서 역차별당했다. 27세 김보민 씨는 언론사에 자신이 받은 문자를 제보했다. ‘우리 회사는 외모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김보민 씨 같은 독보적인 외모는 우리 회사의 인재상과 맞지 않습니다.’ 화명시청 미남 공무원 김원무 씨는 갑작스러운 전보 발령을 받았다. 이유는 어처구니없었다. ‘이번 인사는 시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한 인사입니다.’ SNS에서 예쁘고, 잘생긴 이들에게는 도를 넘는 악플이 달렸다.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외모 등급이 너무 높은 이들에게 훨씬 더 큰 비용을 받았다. TV 속에선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이제 못생김은 자랑이 되었다. 사람들은 일부러 못생겨지려고 애썼다. 더운 여름날, 사람들은 피부에 좋지 않은 강한 자외선을 쐬러 산책을 나왔다. 성형외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달라졌다. ‘사각턱을 만들어드립니다.’, ‘주름 한 줄 삽입 3만 원’, ‘최고급 인공 여드름 생성기 도입’. ‘자연스러운 못생김 디자인’으로 특허를 낸 병원도 있었다. 못생김 컨설팅 학원도 등장했다. 학원에서는 복지금을 받은 사람들의 외모를 분석하고, 수강생의 잘생긴 부분을 교정할 수 있는 시술을 컨설팅해주었다. 병원비와 학원비가 복지금보다 훨씬 비쌌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제 못생김은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닌,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 사람들은 포토샵을 통해 자기 모습을 추하게 보정했다. 독특한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한 여배우는 청순가련한 그녀의 고교 졸업 사진이 공개되면서 대중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에 반발해 잘생김 차별반대 연대도 등장했다. 그들은 외쳤다.
“잘생겼다고 차별받는 나라. 이게 진정한 공정입니까?”
“우리는 그저 이렇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동안 너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려왔는데, 우리가 받은 차별에 비하면 이 정도 손해는 괜찮잖아?”
경기도 작은 도시의 시장이었던 안국현은 단숨에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한 가지 공약을 더 발표했다.
“이제 저 안국현은 대한민국을 완전한 외모 평등 국가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화명시에서 추진했던 ‘못생김 복지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모세’ 개편을 추진하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외모 점수 상위 30%부터 차등적으로 ‘미모세’를 내야 합니다. 잘생김은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이런 천부적인 능력으로 인한 불평등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그게 정의입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이 안국현이 만들겠습니다.”
그의 연설에 전국이 술렁였다. 안국현의 지지율은 치솟았다. 그는 압도적인 표를 받아 대통령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기득권은 못생긴 사람들이었다.
취임 1년 후, 안국현은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외모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로 나아가야 합니다. 최근 국민 다수가 못생김 시술을 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복지 정책의 기본 취지가 왜곡되었습니다. 외모 다양성 또한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제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대한민국의 K-콘텐츠도 수출이 모두 끊겼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통령 긴급 명령으로 ‘외모세’를 폐지합니다. 이제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국민입니다.”
기자들은 질문했다.
“그럼 못생김 복지 제도도 폐지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단, 기준은 변경됩니다. 이제부터 희소한 외모를 못생겼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희소한 얼굴일수록 복지 정책의 혜택을 받게 됩니다. 아무리 예쁘고 잘생긴 사람도 AI 판독기가 그의 외모를 희소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는 못생김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될 겁니다.”
그날 밤. 대통령 안국현은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뒤 거울 앞에 섰다. 물기 어린 거울 속 자신을 찬찬히 바라보던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 나라에서, 나 정도면… 잘생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