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

도청

7편

by 비둘기

그날 이후, 울트라 스터디 모든 영상에는 한 줄의 댓글이 달렸다.

“울트라 스터디 강사에 대한 비방, 인격모독, 외모 비하, 성희롱 등의 댓글은 강력한 법적 대응 예정입니다.”

효과가 있었다. 신경 쓰이던 댓글은 더 이상 달리지 않았다. 수험생 커뮤니티도 금세 조용해졌다. 나는 그제야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울트라스터디는 내 편이구나. 마음이 놓였다.



밤늦게 아내와 함께 침대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혹시 몰라 받았다.

“안녕하세요. 김대수 씨 맞으신가요?”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여기는 방문하셨던 마사지샵인데요. 사장님에게 피해 볼 일이 생겨서 연락 한번 드렸습니다. ”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내는 놀란 내 표정을 보며 무슨 전화냐고 물었다. 나는 급한 전화인척 방을 나왔다.

“뭐라고요? 저 그런 곳 간 적 없는데요?”

“당신이 알몸으로 마사지 받는 영상이 우리가 다 찍었어. 이 영상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쫙 뿌려줄까? 영상 지우고 싶으면 지금 당장 우리가 보내는 계좌로 천만원 입금하세요.”

깜짝 놀라 전화를 끊었다. 방금 걸린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내가 마사지 샵에 간 적은 없다. 인터넷에 ‘마사지샵 보이스 피싱’이라고 검색했다. 내가 받은 전화와 비슷한 전화를 받은 이들이 많았다. 보이스 피싱임을 알았지만,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한 번의 실수가 이토록 마음의 짐이 될 줄은 몰랐다.



며칠 뒤, 수험생 커뮤니티에 결정적인 증거가 올라왔다. 바로 내가 일등학원 원장에게 보낸 문자 캡처였다. 그 메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원장님, 어제 결제 금액입니다.'

그 아래엔 '웰니스컴퍼니 420,000원'이라는 결제 내역 캡처가 따라붙어 있었다. 순식간에 글은 퍼졌고, 커뮤니티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와 진짜네. 룸싸롱 간 거 맞잖아.”

“천재 강사? 웃기고 있네.”

“김대수 우리 학원에서 학부모 설명회 할 때도 노트북에 룸싸롱 관련 영상 떴음.”

끝은 없었다. 뉴스 투나잇에서는 이 사건을 다뤘다. 물론 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칠판 앞의 그 남자는 누가 봐도 나였다.

“최근 인기 강사의 과거 사생활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은 미끼를 놓지 않았다. 내 영상을 더 악질적으로 편집했다. 그들이 만든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악마 같았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날 바라보지 않았다. 식탁에 놓인 저녁은 식은 지 오래였다.

“무슨 일인지 말 좀 해줘. 뉴스까지 나오던데, 도대체 뭐야? 내가 너 소식을 뉴스에서 들어야 돼?”

“실수였어. 그 자리에 갈 생각도 없었는데, 원장이 갑자기... 나도 얼떨결에...”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걸 실수라고 말할 수 있어? 나, 다 이해하려고 했어. 바쁜 거, 스트레스 받는 거. 그렇다고 그런 곳을 가? 그건 아니잖아.”

나는 무릎을 꿇었다.

“한 번만 용서해줘. 내가 다 잘못했어.”

아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난 이제 안 되겠어. 이혼하자.”

아내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어보았지만, 굳게 잠겨있었다. 거실에서 몇 시간 동안 무릎을 꿇은 채로 있었다. 하지만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거실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원장과 나눈 문자 내역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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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외면당한 남자들의 선택


드디어 깨달았다. 범인은 이 자식이다. 내 모든 말을 듣고 있던,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내 마음까지 꿰뚫어보던 바로 그것. 내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을 힘껏 벽에 던졌다. 벽에 부딪힌 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약간의 기스만 났을 뿐, 깨진 곳은 없었다. 나는 더 허탈해졌다. 단단히 닫힌 방문 안은 고요했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말을, 다 듣고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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