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

도청

8편 완결.

by 비둘기

며칠 뒤, 울트라 스터디와 현장 강의를 맡았던 대형 학원 양측 모두에서 계약 취소 통보가 날아왔다.

“김 선생님, 내부 규정상 더는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서 11조와 17조 위반으로 간주됩니다.”

나는 말없이 통보를 받아들였다. 현실은 냉정했다. 울트라 스터디 수학 영역 두 번째에 있던 내 이름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던 유튜브 영상도 모두 내려갔다. 한순간에 세상 속에 내가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쉽게 사라지게 두지 않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공격받았다.

‘학원 강사 주제에 연예인병 걸린 것처럼 나대더니...’

‘수학 잘해봤자 소용없는 이유’

‘아무리 교사 아니고 강사라지만, 애들 가르친다는 사람이 룸싸롱이라니.’

‘알고리즘으로 흥한 자, 알고리즘으로 망한다.’-

수험생 커뮤니티엔 내가 칠판 앞에서 문제를 푸는 모습과 룸싸롱 결제 영수증을 나란히 합성한 짤이 퍼졌다. 이슈 유튜버들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나는 결국 아내와 떨어져 지냈다. 집 근처에 원룸 하나를 얻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게 두려웠다.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살 때만 제외하곤 밖을 나가지 않았다. 방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꼭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너 혹시 지금도 듣고 있니?”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시 물었다.

“너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니?”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그래. 너가 뭘 알겠니. 다 먹은 컵라면을 치우지도 않고, 침대에 누웠다.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를 살폈다. 내가 이렇게 무너져도 지구는 잘도 도는구나. 인스타그램의 다른 이들은 모두 밟게 웃고 있었다. 한 명이라도 나처럼 서글픈 이가 있을까 스토리를 계속 살폈다. 그러다 갑자기 한 광고를 보게 되었다.


-TV 토론 방청객 모집합니다.

-주제: 스마트폰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광고 아래엔 참여하기 버튼이 있었다. 나는 무엇엔가 홀린 듯이 신청했다. 다음 날, TV 토론 방청객으로 선정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그날이 되자, 방송국으로 향했다. 스튜디오에서 패널들은 열띤 공방을 벌였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할 뿐입니다. 이는 사용자에게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요.”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거대 기업은 부정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느끼고 있지요. 이를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토론이 끝나고, 사회자는 방청석을 바라보았다.

“혹시 방청객 중 의견 말씀해주실 분 계실까요?”

나는 번쩍 손을 들었다. 스태프가 달려와 마이크를 건넸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일어섰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회자는 말했다.

“어디에서 오신 누구신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목동에서 온 김대수입니다.”

“네. 김대수 씨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크게 소리쳤다.

“제 귓속에 도청 장치가 있습니다! 제 귓속에 도청 장치가 있습니다!”

사회자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스태프에게 손짓했다. 잠시 후 내 마이크가 꺼졌다. 나는 사회자에게 달려갔다.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고 다시 한번 외쳤다.

“제 귀에 도청 장치가 있습니다! 여러분 제 귀에 도청 장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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