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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청년 Sep 01. 2016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의 지옥





  틴트 사다줄께

  그 새끼는 끝이네

  피부가 좀 뭐라뭐라

  주변을 맴돌며 나를 긴장시키는 아주 사소한, 듣고는 있지만 들리지 않는 소리에 집중해보며 글을 적어본다.딸깍딸깍 마우스 소리, 스피커에서 나오는 악기는 색소폰인가 트럼펫인가. 잔잔하면서 반복적이고 중저음과 고음의 가성을 넘나드는 보컬의, 아! 금관악기가 아니구나 이건 하모니카다. 하모니카 솔로 부분 연주. 날이 조금 쌀쌀해졌다고 위에는 스웻 셔츠, 아래는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 먹먹한 구름을 통과해 은근히 은은하게 테이블에 깔린 햇살. 따스하기 보단 준비된 식탁보처럼. 노트북이든, 데미안 미니북이든, 나의 핸드폰이든 무엇을 올려 놓아도 과하지 않게 잔잔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갑자기 말이 길어지는 것이 답답해 오히려 이 분위기를 망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언어의 한계일까. 언어를 사용하는 나의 한계인가. 아니면 햇빛이 구름 속으로 숨어버려서 일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을 읽었던 때는 거즘 2주 전. 가을이 오는 걸 눈치챈 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던 여름의 막바지. 나는 병실에 누워 더위를 피하고 있었지.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으며 식후엔 영어공부를 하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거나 요플레를 먹으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나는 젊지만 슬프지 않았다.

  아마 계절의 영향이 컷었다. 언제나 더위를 식히기에 바빴고 물기가 빠져나간 나의 육체는 건조했으며 시간이 많아 여유로웠다. 딱히 어떤 자극이나, 아 있었구나! 하지만 당장 2주간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자극에 대한 반응도 미뤄 놓았던 것 같다. 무튼.

  병원을 박차고 나올 정도의 임팩트는 아니었다. 그때 읽은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그 시절의 청년들에게처럼 나에게 자극적이지 않았다. 연애세포가 많이 죽었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가을이 와버렸다.

  정말 하룻밤 사이에, 그다지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닌데. 마치 그 빗방울이 가을의 싹이라도 되는 것 처럼 다음 날 부터 여기저기, 푸른 하늘과 전신주, 볕이 잘 들지 않는 내 방과 창, 그리고 여름 내 땀을 흘려 창백한 나의 마음에도, 가을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곤 또 한번 비가 내리더라. 나는 더 이상 땀을 흘리지 않았고 비를 맞았다. 축축하다. 창가에 맺힌 물방울 하나 하나에 각기 다른 상이 맺히듯 젖은 내 마음에도 여러 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을 구경하거나 그리워하는 일만 있을 뿐. 입을 맞춰 본다거나 손가락을 타고 흘려 보내지는 않았다. 사랑에 관해, 사랑의 비극,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 경험, 비유, 슬픔에 관하여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으나, 무언가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는 사랑의 껍데기를 벗겨버리고 싶었으나, 어렵다. 수 차례 써내려간 글에 줄을 그엇다. 혜화역 서울연극센터에서 두시간 째 줄만 긋고 있다.


  그만 둬야겠다. 많은 작가들이 이와 같은 시도를 했고 나에게도 영감을 주었지만 글이 안써진다는 것은 쓸 말이 없다거나 다 쓴 것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억지로 짜낼 필요도 없고 그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에 잠겨 추억해보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부끄럽고 사실 절망적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쓸쓸하고 슬퍼진다. 왜 기분이 좋아지진 않는 걸까. 그것이 그리워서 일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물론 좋았던 순간, 행복했던 기억도 곱씹을 수 있지만 그것은 사랑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만을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고 오해이며 그것만을 생각하는 것 자체는 나를 미련하게 만든다. 그래서 중독이라고도 말하잖아. 앞으로도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또 사랑을 그리겠지. 또 달려들 것이다. 미련함이다. 씹고 뱉어져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또 다시 누군가의 아가리로 돌진하겠지. 그리고 또 뱉어질 것이다. 사랑의 미련함. 


  나는 정말 미련하다. 왜냐면 그것을 알고 있는 지금도 달콤한 입술과 따뜻한 품 속에서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해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게다가 이 증상이 단지 계절 때문이라면 정말로 한심하다.





유하, 사랑의 지옥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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