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청년 Feb 27. 2020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1/2)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 인 가.


삶 속에 내던져진 모든 호모 사피엔스들은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한다. 착하게 살기, 당당하게 살기, 뜨겁게 살기, 은은하게 살기, 조용히 살기.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닻을 내리고 살지, 그저 흘러가며 살지, 아니면 어느 작은 웅덩이에 고여 있을지 말이다. 나 또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1999년 어느 주공 아파트의 화장실 욕조 안에서 일종의 VR 체험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샤워를 하다가 욕조 안에 몸을 웅크렸다.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욕조 배수구에 생긴 소용돌이가 신기해서 그랬던 것 같다. 괜히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거나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갖다 댔다. 물 빠지는 소리는 비명소리처럼 께름칙했다. 그 안은 축축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고, 좁고 지저분하고 답답해 보였다. 빛이 차단될 만큼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그 욕조가 관처럼 느껴졌다. 팔다리를 곧게 펼 수가 없고 답답했다. 공포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공간이 언젠간 내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 되겠구나.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구나. 엄마, 아빠, 사랑하는 친구들과 모두 떨어진 채 이 어둡고 축축하고 답답한 곳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나보다 더 빨리 이곳에 오셔야 하고 그 길을 내가 안내해야 하는구나.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엉엉 울었다. 그 공포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삶의 정수리에서 솟아나는 옹달샘이다. 특히 어둠이 찾아오면 더욱 샘솟는다.


해결책을 찾아다녔다. 그 과정은 생략하고, 세 가지 방법을 마련했다. 1) 의사가 되어 가족 모두가 죽지 않고 살자. 2) 종교를 믿고 영생을 얻자. 3)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실현하자. 첫 번째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고, 교회는 열심히 다녔다. 성경 공부라는 것도 해보고 기도를 하면서 울어도 보고 정말 진심으로 천국에 가고 싶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천국에 안 보내주면 안 믿을 거야?' 신에 대한 믿음은 너무 조건적이었다. 그분이 가진 능력을 시기하여 사랑하는 척하는 것 같았다. 애초에 천국 같은 게 없었더라면 더 순수하게 믿고 사랑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방법은 삶에 꽤나 이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무엇을 하면 '죽어도 괜찮을지' 찾아다녔다. 정말 죽어도 괜찮을만한 것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죽음과 수지가 맞는 삶을 살려면 내가 오늘 하루, 올 한 해를 어디에 소비해야 할지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죽음의 공포는 세월이 흘러도 항상 같은 크기로 다가온다. 어쩌면 행복은 죽음의 공포를 잊어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그런 공포를 실감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어차피 두려운 것이라면 죽을 때 한 번만 맛보기로 하고, 그전에는 생각을 하지 말자.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은 명상을 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외로워질 때마다 나는 머릿속에 폭탄을 터트리거나 연막탄을 치거나 와이퍼로 닦아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죽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는 원동력이다. 죽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게 사는 것, 그렇다면 내가 소중한 하루를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고, 명상을 하는 것, 소중한 하루에서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을 어떻게 떨쳐버리는지 훈련을 하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나의 삶과 시간,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시공간을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