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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청년 Mar 02. 2020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2/2)

좋아하는 것을 잘해서 직업으로 갖지 말자 



사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삶을 산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어제는 오늘보다 못한 삶인가. 어제와 오늘에도 정답은 없다. 더 나은 것과 아닌 것을 비교하는 것은 도마 위에 내 인생을 올려놓는 것과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삶이다. 오늘이 어제보다 낫다기보다, 어제 배운 것을 오늘 적용하는 삶이라고 할까. 어제는 어떤 의미가 있었고 오늘은 어떻게 의미 있게 살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의미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의미 있게 사는 방법 중에 하나는, 어떤 목표를 위해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그렇게 하면, 길을 잃고 있던 나의 하루들이 일제히 한곳을 바라보게 된다. 그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고 그 행위로 인해 그날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거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을 꾸준히 하여 바라는 바를 달성하되, 다만 그 이상의 욕심을 갖진 말자. 그러면 꾸준히 하기가 힘들어진다. 인생을 걸지는 말자는 뜻이다. 내 방식은 그렇다.


삶에는 중요한 일들이 많다. 단순히 할애 시간만 생각하면, 수면, 식사, 취미생활, 인간관계, 가족, 죽음, 직업, 배우고 익히는 것. 이것들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그리고 잘 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책을 구매한 이유도 그중에 하나다. 직업, 소위 먹고사는 일에 관심이 많다.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그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그래서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관련 내용이 있는지 목차부터 뒤졌다. 한 챕터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즐거운 일을 잘하는 것, 재능 없는 열정의 비극>

작가에 대한 신뢰를 갖고 14,000원짜리 책을 샀지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유시민 아저씨는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라."

이 멘트를 내뱉는 어른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일단 똑똑하고 학벌이 좋다. 그 시절에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특권이지 않았나. 그냥 차라리, 대단하다!라는 말로 독후감을 끝내고 싶다. 공감이 가질 않는다. 아니 공감을 못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이 기분을 느끼라고 하는 말일까.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건 참 어렵다. 이 문장을 쓰는 것도 염치가 없다. 아니,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 염치가 없는 것 같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하는 말인가.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았냐고 물어보면 함부로 얘기해 주지 않을 것이다. 남들의 이야기가, 그것을 찾는 걸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데 그걸 또 잘하라고 한다. 그냥 좋아하면 되지 그걸 왜 잘해야 될까, 좋아하는 거랑 잘하는 거랑은 별개인 것 아닌가. 그 이유는 그것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다. 근데 잘한다고 해서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건가. 직업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가 선택하는 것이다. 직업이라는 것은 어떤 일을 함으로써 일정한 수입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어떤 재화를 팔아먹는 일인데, 그것이 팔리는 이유는 소비자가 니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라."

네가 그것을 직업으로 삼지 못했다면, 노력이 부족했다거나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듯하니 다른 걸 찾아보거라. 아니면 그냥 게으른 아이구나. 포기해라.


차라리, 그것을 정말 좋아하려면, 요즘 컨버스 광고에서도 말하듯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려면 그냥 좋아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노력을 하자. 기타를 치다가 더 난이도가 있는 곡을 치고 싶으면 연습을 해서 정복을 하자. 그러면 실력이 늘 것이고 버스킹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를 위해 공연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 직업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서 한 것일 뿐이다.


다만, 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으려면 본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할 게 아니라, '사회의 수요가 많은 것 +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이 차라리 타당하다. 물론 나의 기호나 적성에 조금이라도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운이다. 직업은 사회가 정하는 것이니까.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고 공자가 말했다. 쉽게 말해서, '항상 있는 재산이 없으면 항상 있는 마음도 없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잘 보살피고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키고 살려면, 지속 가능한 재산이 있어야 한다. 가진 것이 없다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좋아하는 것을 잘해서 직업으로 만들기'에 투자하지 말자. 누가 봐도 그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미래의 꿈이 이뤄지지 않으면 힘겹게 보낸 나의 하루들이 너무 아깝다. 그 꿈이 아무리 간절하다고 한들 나의 오늘보다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어차피 이루면 사라져버릴 그것을.


직업을 가진 후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것으로 돈을 벌어야 할 의무도 없다. 아무 제약 조건 없이 좋아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그것을 5년, 10년 꾸준히 하는 것이, 죽음을 앞둔 내가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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