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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청년 Oct 24. 2021

SBS 필기시험 작문 연습


제목 : 꿈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꿈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공들인 만큼 달성했을 때 뿌듯하고 행복할  있겠지. 그러나 결국 그걸 이뤄버리면 사라져 버리는 게 꿈이다. 꿈을 이룬 뒤의 달콤함은 내가 맛봐온 쌉싸름에 비하면 한 순간이다. 그렇게 내 것이 돼버린 것에게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어쩌면 우리는 꿈이 없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꿈은 진작 이뤘는데 이루고 나니까 꿈이 없어진 거야. 당연한 거지. 밥이 먹고 싶어서 밥을 먹었으면, 이젠 밥이 없지.

  학창 시절 때는 수능이 끝나는 게 꿈이었다. 정말 간절한 꿈이었고 그것을 이뤘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누군가 그 시간이 지나면 이뤄질 것이기에 꿈이 아니라고 한다면 딱히 변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간절히 바랬던 것은 확실하다. 잘 보는 것은 둘째치고 얼른 끝나기만을 바랬어. 그 순간만 생각해도 행복할 정도로 간절했고 빨리 시험이 끝나길 바라는 욕망은 누구보다도 컸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니까 이제 꿈이 없다. 기다릴 게 없어졌다. 학교를 서울로 가기를 간절히 바랬을 때가 있었고 무사히 전역을 하는 게 꿈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이뤄버리고 나니, 꿈이 없다.


꿈의 속성 중 하나는 이루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허무맹랑함이다. 루피가 해적왕이 되면 더 이상 할 게 없다. 나루토가 호카게가 되면 만화가 끝난다. 만화가 지속되려 루피가 해적왕이 되지 말아야 하고 나루토도 호카게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할 말이 있고 이야기가 생기며 돈을 벌 수 있다. 사람이든 꿈이든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서 쟁취하게 되면 또 다른 것을 불가피하게 원하는 것 같다. 자칫 욕심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역사가 반증하는 사피엔스의 습성이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것. 그럼 이루지 못할 꿈을 품으라는 건가. 그래서 꿈을 크게 가지라는 건가 보다. 잘 이루어지지 않고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게. 꿈의 허무함을 아주 나중에 느낄 수 있도록. 


솔직히 우리가 꾸는 꿈 중에 그렇게 대단한 건 없다. 기껏 해야 환갑 전에충분히 이룰 만한 것을 꿈으로 가지고 있지 않는가. 일단 인생 전반기에 이루고자 하는 1차적인 목표. 꿈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고 해도 지금 바라고 있는 것들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어떤 것에 시간을 투자했겠지. 그것에 투자한 이유. 그 투자의 목적. 걸어가고 있는 그 길. 그 끝에 있는 그거 말이야. 분명 50살도 아니고 40살도 아닌 적어도 5년 안에는 결판을 보려고 하는 그것. 지금 나에겐 그것이 취업이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겨우 인생의 4분의 1 지점에서 넘겨받는 바통일 뿐인데. 그다음엔 내가 가야 할 길이 선명해질까. 또다시 같은 강도의 배고픔을 느끼며 꿈을 찾아 방황하는 하이에나가, 안되리란 법이 없다. 이 포식자의 위장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는다.

  그리고 그 위장은 언젠가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 내 자식으로 채워질 것이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 결혼을 하고 애를 낳면 자식이 꿈이 될 것이다. 나는 우리 엄마, 아빠의 최대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다. 자식이 잘 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렇다면 내 꿈도 곧 자식이 될 테니 한 35살 안에는 이룰 수 있는 꿈을 꾸어야 한다. 그렇게 살아야 하나.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가 다 보여서 재미없을 것 같다. 그땐 그렇게 살더라도 지금은 좀 더 색다른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잖아. 상상만이라도.


그래서 꿈을 크게 가지라는 거구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 나만의 길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럼 어느 도 크기의 꿈을 품어야 할까. 카라반을 타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도 미리 잘 준비하면 은퇴할 때쯤엔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내 꿈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길이 끊기지 않으려면 이승에서는 이루지 못할 꿈을 꾸어야 한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꿈을 품고 있을 수 있도록. 그것이 종교다. 종교는 대단한 것 같다. 그 꿈에 열정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인생 최대의 꿈. 절대 이룰 수 없으므로 살아 있는 한 항상 과정일 수밖에 없는 꿈. 그런데 만약에 그 꿈을 이뤄. 천국을 가게 되면 내가 종교를 믿을까, 아 그 필요가 없을까? 그럼 천국이라는 곳은 꿈이 없는 곳인가. 잘 모르겠다.


큰 꿈을 꾸자.

그런데, 큰 꿈이 안 생긴다. 안 생겨요.


어른들이 하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 청춘들에게 하는 말이다. 큰 꿈을 꿔라, 도전을 해라,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돈을 생각하지 말라, 패기를 가져라 등 이 온도가 높은 문장들을 왜 그렇게들 못해서 안달이냐면 큰 꿈을 안 꾸고, 도전을 안 하고, 하고 싶은 것이 없고, 돈을 자꾸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말을 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10분의 1 정도의 젊은이만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꿈을 크게 잡는 것. 꿈의 크기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유전적이기 때문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의 꿈의 크기를 잴 수 없고 그것의 크기는 오로지 나만이 가늠할 수 있다. 나에게는 큰 꿈이 남에게는 작아 보일 수 있고 또 남의 큰 꿈이 나에게 작아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어느 정도 크기로 느끼고 있는지, 그 느낌이 중요하다.

  나의 꿈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큰 꿈을 품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큰 꿈을 품을 정도로 간절한 것도 없고 그런 무거운 꿈을 짊어지고 사는 게 조금 두렵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해도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큰 꿈을 품는다면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작가가 되는 것. 아니 작가가 되는 것도 작다. 작가는 꾸준히 노력하면 적어도 10년 안엔 될 수 있을 것 같다. 큰 꿈이라면 유명한 작가, 세계 최고의 작가가 될거야. 라고 해야 되는데 솔직히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굳이 그야 되나?  꿈이라는 것은 그 크기를 잴 필요도 없이 생각할수록 의욕이 샘솟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꿈이다. 그렇지도 않은데 억지로 큰 꿈을 품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는 그저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장, 이 글만 완성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은 분명 간절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만 생각하면 황홀하다. 그 느낌은 자명하다.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되는 순간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흥이 없지만 이 한 편의 작은 서사를 마무리하는 순간을 생각하면 정말 꿈만 같다.


물론 이런 상황을 생각해볼 순 있다. 글을 썼는데 남들에게 전달이 잘 되고 거기서 어떤 쾌감을 느끼 할 말도 많아져서 새롭게 어떤 것을 도전할 순 있다. 그러다가 정말 소설을 쓰거나 우리나라를 빛내는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다는 큰 꿈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한 가능성은 분명 있다. 그러나 그것까지 품기엔 내 방은 아직 따뜻하고 아늑하다. 포근한 내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문이 열려 흘러들기를 바란다. 자연스럽게 하다가 틀리는 것은 틀림을 인정할 수 있지만, 억지로 하다가 틀리는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내 방식대로 풀면 내가 어디서 틀렸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식을 적용해서 풀었는데 틀리면 어디가 왜 틀렸는지 알 수가 없다. 공식은 내 것이 아니니까. 내 느낌이 확실하고 그 느낌을 따라가야 결과가 쌓여서 직관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하다 보면 주관이 서지 않고 후회만 남고 남 탓을 하게 된다.


즉, 굳이 큰 꿈을 꿀 필요는 없다. 차츰 걸어가다 보면 큰 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그렇게 해도 큰 꿈이 생기지 않는다면 작은 꿈들을 이뤄가며 살면 된다. 큰 꿈 없이 그냥 평범한 회사를 다니는데 등산을 좋아한다면, 산을 정복하는 작은 꿈들을 주말마다 달성하면 된다. 그러다가 에베레스트도 올라보고 싶다는 큰 꿈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꿈을 이뤘다고 하는 어른들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의 당신 모습은 젊었을 때 그렇게 꿈꿔왔던 바로 그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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