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끝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는 법.
계획했던 일정이 틀어지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뉴욕에서 마지막주말을 보내기 위해 5시간 차로 달려온 뉴욕북서부 Watkins glen National park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돌려 뉴욕으로 가야만 했다. 그리고 또다시 15시간 반의 비행길이 기다리고 있다. 떠날 때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길은 더디고 길기만 하다.
매일 장 보는 즐거움을 줬던 Trader Joe’s 식료품점,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가 궁금했던 금융가 JP Morgan의 도서관 겸 박물관, 맨해튼브리지가 보이는 Dumbo 사진명소등 소소했던 일상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아쉬운 뉴욕 한 달 살기를 접고 귀국길에 오른다.
뉴욕이 예전에 비해 많이 깨끗해지고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 보이는 건 단지 그들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잠시 지나가는 관광객에서 머물다가는 손님의 입장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한 달을 계획했던 여행을 3주로 마무리하고 돌아간다. 여행은 다양한 삶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준다. 또한 각기 다른 나라 다른 문화를 대하는 느낌이 시절마다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다. 20대에 보았던 세계가 30대, 40대, 50대, 60에 접어들 때마다 다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변하는 자신과 변하는 세상을 접하는 즐거움이 새롭다. 치열했던 젊은 날이 지나고 이제 생업의 현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마주하는 세계는 젊음의 에너지는 부족하지만 또 다른 여유가 주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제철음식을 철 따라 맛보듯 그때그때의 맛은 그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거다. 쓴맛, 단맛이 섞여 또 다른 맛을 주는 그렇게 삶은 지나가고 있다. 어느 시인의 ‘아무도 아닌 것처럼 쉬다 가게‘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그 누군가가 되어보려 애쓰고 힘주며 살아왔던 시간을 뒤로하고 아무도 아닌 것처럼 자신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시간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인생 2막이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