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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Feb 08. 2020

손목시계

아버지



중학교 입학 선물로 받았던 두툼한 두께의 일본 C사의 오토매틱 손목시계는 작고 정밀한 기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그때 한참 친구들 사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얇삭하고 세련된 S사의 군용 시계나 또 다른 C사의 전자시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어린 중학생이 차기에는 제법 묵직한 것이 약간 부담스럽다 싶었고 날마다 밥을 줘야 죽지 않는다는 게 여간 귀챦고 불편한 게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이 차고 있는 디지털 전자시계에 부러운 시선을 뺏기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내 손목에는 기억나지 않는 몇몇 시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스쳐 지나갔다. 보는 것과 실제로 착용했을 때의 느낌의 간극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벗어둔 손목시계를 조물닥거리며 3-4일 전 맞추었던 시간을 습관처럼 다시 핸드폰의 시계를 보면서 맞추는데, 무심코 추억 속에 깊이 묻혀있던 C사의 시계와 함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긴긴 시간 동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덮어두고 미루고 피해온 내가 어른의 손을 잡고 떼쓰고 있는 어린아이의 장면들과 함께 겹쳐지며 기억의 낡은 영사기 속 흑백 필름 위로 그려지고 있다.



이제 그만 떼쓰고 어른이 되어야겠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무슨 죄가 있다고 아직 붙잡고 떼를 쓰며 놓아주질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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