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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May 02. 2020

애가

Marti Kurt의 ‘조사’를 읽고





애도하여라.

제 키워준 할미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 죽음을 빤히 쳐다본

아이의 눈망울을


애도하여라.

그 아비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 죽음 앞에 메마른

청춘의 가슴을


애도하여라.

그 어미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 죽음 앞에 흘리는 눈물 대신

온몸으로 열병을 쏟아버린

다 큰 아이의 차가운 심장의 열기를


애도하여라.

그 남자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삶에 오갈 길 잃어버린

무심한 감정의 상처 입은 흔적 없는 길을


애도하여라.

영혼 떠난 매미의 사체처럼

남아버린

메마른 감정의 껍질을


애도하여라

이 모든 슬픔


슬픔 모른 그 세월을







.....

Eckart Hammer의 ‘남자는 나이를 다르게 먹는다’ 중에 나오는 Marti Kurt의 ‘조사’에 따라 메아리치는 애사를 읊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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