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F는 읽지 마세요 <우울할 땐 뇌 과학>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이불 안에서 보내던 때가 있다.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사람이 떠났을 때. 좋아하던 요리를 멈췄다. 챙겨보던 드라마도 다음 화가 궁금하지 않았다. 친구와의 약속도 귀찮은 일처럼 느껴졌다. 그럼, 그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고? 잠을 잤다. 그렇게 한 달, 삼 개월, 반년을 지내니 이런 삶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덜컥 무서웠다.
그때 날 이불 밖으로 꺼내준 건 가족도, 친구도, 맛집도 아닌 웬 뇌과학 책이다. (아니지, 어쩌면 팀장님일지도) 회사에서 팀원들과 티타임 때 팀장님이 추천한 책인데, 우울할 때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대문자 T의 사고회로로 우울이 말끔히 해결됐다고 했다. 옆에서 듣던 아름이가 “팀장님이 추천해서 저도 읽어봤는데 저는 이게 뭔소리야 하고 읽다가 덮었어요. 대문자 F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니까요. 하하하”라고 했다. 그 얘길 들으며 나는 T일까 F일까? 궁금했다. 퇴근길에 사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나는 T였다. 알고 보니 내 우울은 다 뇌의 속임수였다는 사실에 선물처럼 해방감이 밀려왔다. 멜라토닌이니 엔돌핀이니 어려운 용어가 자주 튀어나오는 데 기억나는 건 이론이 아닌 해결법이다. 바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 이 책에서 강조하는 운동은 우리 뇌의 하강나선을 멈추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부자리에서 책을 단숨에 읽은 24년 1월 어느 일요일. 나는 대리들만 모인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회사 헬스장에 옷은 있다 그랬나? 운동하려면 챙겨 가야 하는 거 있어?” 그렇게 시작한 운동을 어느덧 1년째 계속하고 있다. 운동을 안 한 지 3년이 넘은 나를 매일 새벽 공복 유산소를 하게 만들고, 헬스 동호회를 들게 하고, 저녁마다 근력운동을 1시간 30분씩 하게 만든 책. 이제는 그러는 동안 일상에서 마주친 또 다른 재미있는 이벤트들이 나를 이불 밖으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