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단어들

by 시우

숲, 강, 호수, 물, 샘물, 비, 새벽, 문방구, 우체국, 책방, 새싹, 마실, 벗(동무, 친구, 도반, 지음), 별, 여행, 茶, 과일, 영화, 물감, 도화지, 연필, 영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또, 새벽 강, 해저문 강, 깊이 흐르는 강, 홀로 노래하며 먼 길을 가는 강, 모든 것을 정화하고 아우르며 낮게 흐르는 강 등등 그리고 잔잔하게 고여 주위의 숲과 어울려 큰 그림을 그리는 찰랑찰랑 잔잔한 호수까지.


사람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보고 싶어 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서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지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내 파장과 엇박자가 나는 사람이나 사물이라서일 것이다. 이 지상의 모든 것은 결국 파장, 진동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서로 조화가 되는 파장과 그렇지 못한 파장이 있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숲, 강, 샘물, 비...'라고 자꾸 맘으로 되뇌어 읽어보면 내 안이 촉촉하고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사람 이름에도 에너지가 있다고 작명학이라는 분야가 있는 것을 보면 단어에도 나름의 에너지가 있는가 보다. '월요일, 교통체증, 세금 고지서, 이간질, 전쟁, 무기, 고문... 따위의 말은 생각만 해도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확실히 드니 말이다.


내가 쓴 단어들을 보고 있자니 물이나 성장과 관련되고 어딘가와 연결되며 시작을 의미하는 단어가 주로 보인다. 오늘처럼 온종일 날씨가 음울한 날 이런 단어만 입에 물고 굴리고 있어도 기운이 날 거 같다. 아참, '술'이라는 단어도 좋은데.


장마철, 비가 온 날이거나 비 오는 날 저녁 마실 나온 벗이랑 숲이나 연못 주위를 산책해도 좋고, 같이 맑은 차를 한 잔, 아니면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곡주를 한잔 해도 좋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방에 가서 새책을 둘러봐도 좋고, 문방구에 가서 맘에 드는 필기구나 공책을 실컷 구경하고 사도 좋겠다.


오늘처럼 꿀꿀한 날은 저녁에 집에서 따끈한 차 한잔 하며 바람처럼 다니는 여행 구상으로 눅눅한 맘을 위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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