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감나무

"나무의 시간"을 읽다가

by 시우

* 자귀나무


어려서 집 앞 신작로에 있던 파출소 앞에는 아름다운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마치 공작 꼬리 같은 모양의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그 나무를 나는 혼자서 공작 나무라고 불렀다.

나중에 커서야 그게 자귀나무 또는 합환목이라는 이름이 있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는 금슬을 상징하는 나무라고 해서 울안에 심었단다. 낯에는 펼쳐진 잎이 밤이면 미모사처럼 서로 맞붙어 그리 생각을 하나보다. 어쨌건 그 화려한 나무는 내 안에서는 공작 나무로 불렸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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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하와이에서 가로수로 또는 들에 흔하게 심어진 이 나무를 만났다. 반가웠다. 여행을 가서 만나는 나무나 들풀, 꽃이 눈에 익으면 고향인 듯 정겨워 이내 타지에서의 이질감이 삭아져 친근해진다.

하와이의 자귀나무는 수형이나 자태가 거대한 데다 아름다웠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된 듯 늠름했다. 그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과 넉넉히 핀 분홍빛 꽃술은 화려했다. 틀림없이 기후 탓에 그렇게 거대하게 자랐고 또 하와이 원주민들과 함께 하던 나무를 백인들이 다행히 벌목하지 않고 둬서 남아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 거대하고 정겨운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하와이를 다녀온 사람은 많아도 나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다.

내 노트에 "하와이에는 거대한 자귀나무가 즐비하다."라고 기록해뒀다.

큰 레인트리.jpg

그러나 이번에 김민식 선생의 "나무의 시간"을 읽으며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그것은 자귀나무가 아니라 "rain tree"였다. 단지 크기가 다를 뿐 꽃이나 잎 수형이 영락없는 자귀나무인데. 자귀나무의 영어명이 레인트리인가 궁금했다. 선생도 이 부분에서 우리의 자귀나무를 언급하거나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같은 콩과 나무지만 학명이나 원산지가 달랐다.


자귀나무의 영어 이름은 silk tree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일본, 이란에서 남아시아에 걸쳐 분포하고 학명은 "Albizia jublissin"이다.

rain tree는 미국 자귀나무로도 불린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 주로 건조지대의 산림이나 초원이 주를 이루고 있는 사바나 지역에서 생육하고 분포지가 볼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페루 등지다. 사바나 평원에 마치 우산처럼 넓게 가지를 펴고 우뚝 서 있는 나무가 이 수종인가 보다. 학명이 "Albizia saman"인 것으로 봐서 자귀나무의 사촌 형제쯤 되나 보다.


자귀나무건 비 나무건 간에 내 맘에는 큰 공작 나무 작은 공작 나무로 치환되어 남는다. 그래도 다른 이가 내가 인상 깊게 본 나무에 대해 (비록 목재로써 쓰임새로나마) 말해주어 반갑다.



*감나무


그 흔하고 다정한 감나무에 대해서 나무 박사님은 잘 모르고 있었나 보다. 경상도나 강원도 쪽이 주 생활지 이신 듯 감나무가 경상도 쪽에만 있는 줄 알았었다니.

나중에야 섬진강 쪽에 늘어선 감나무를 보고 전라도 쪽에도 감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이 난 더 놀라웠다. 세계 각 곳의 나무에 대해서 통달하신 분이 그 흔한 우리네 감나무의 국내 분포지를 나중에야 아셨다 하니 좀 서운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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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책에서 언급한 시인 박재삼도 어려서는 어머니의 명으로 남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나 감을 줍고 장에 내다 팔아 생계에 보탰다는데. 나무 박사님도 몰라준 내 고장 감나무가 새삼 정겹다. 감나무 잎은 이제 점점 두터워지고 빛깔도 청록으로 변해가고 있다.

얼마 전 아파트 화단에 심어진 감나무가 흰 감꽃을 피웠나 싶더니 나무 아래 흰 감꽃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주워서 먹기도 하고 실에 꿰어 목에도 걸던 옛 생각이 났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 주워서 먹어보고 싶었으나 그저 마음뿐 허리 숙여 줍지는 못했다. 어제 보니 그새 감꽃 자리에 손톱만 한 감이 달려있다. 감나무는 주레주레 달린 어린 새끼들을 먹여 살리려고 반짝반짝 태양을 향해 빛나며 광합성에 열심이다.

짙고 두터워진 감나무잎를 보고 난 "아, 여름이구나!"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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