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날
폐에 아가미가 돋을 것 같다.
거대한 수조에 들어있는 느낌이다. 끈적끈적하고 모든 게 후덥지근해서 숨을 쉬는 거조차도 칙칙하다. 시야조차도 명료하지 않은 듯 느껴진다.
이른 저녁을 먹고 식구들이랑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텁텁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간간이 불어온다. 호수에는 아직 연잎이 무성했고 연꽃도 드문드문 남아있다. 꽃이 지고 난 자리마다 물뿌리개 같은 연밥이 하늘을 향해 죄다 목을 올리고 있다.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철교를 제거하고 새로 다리 공사를 하다가 모든 게 올 스톱된 상태다. 공사판 같아 정취는 없다. 전에는 다리 한쪽에만 연을 가두어 두었는데 다리 공사 때문인지 신경을 안 써서인지 온 호수가 7부가량 죄다 연잎으로 덮여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쯤은 호수 전체가 연으로 가득 찰 것 같다.
그래도 푸른 연잎과 물속의 잉어를 보고 있자니 푸른 여름이 느껴진다. 물속에는 어른 팔뚝만 한 잉어 수십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잉어도 소리를 듣는지 아님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받아먹어 본 기억 때문인지 우리 앞으로 죄다 모여든다.
조금 떨어진 쪽 수면에서 뭔가 큰소리가 나고 동심원이 퍼진다. 놀라서 바라보자니 또다시 커다란 잉어가 몸을 솟구쳐 치솟아 오른다. 족히 1m는 뛰어오르는 것 같다. 잿빛 등과 누런 배를 가진 커다란 잉어의 당당한 비상 후에는 거친 물소리와 함께 연못에 커다란 동심원이 깊게 퍼져나간다. 내내 물속에서 에너지를 모았다가 저녁이면 한 번씩 솟구쳐서 에너지를 쏟아내는 게 어류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수조의 작은 구피도 밤에는 멸치만 한 작은 몸의 몇 배를 뛰어오르는데 가끔은 수조 밖으로 뛰쳐나와 아침이면 바닥에 멸치가 된 상태로 죽어있어 사람을 기암 하게 한다.
응축된 에너지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제가 사는 수평의 세계를 박차고 나와 수직으로 거대한 몸을 솟구치는 잉어의 비상. 이 광경을 보며, 몇 달째 숨죽이며 사는 요즘의 우리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로 축적된 에너지가 흐를 길을 못 찾고 안에서 일렁이고만 있으니.
어둠이 내리자 호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좀 서늘해진다. 서쪽에서 사그라드는 마지막 노을이 아름답다. 잠시 잠깐 하늘이 온통 분홍과 홍보라 빛으로 물든다. 선들선들 공원 주위 길을 걷는다.
가로등이나 작은 장식 등 불빛 주위에는 어김없이 거미줄이 촘촘하게 쳐져 있다. 부지런한 녀석들이 목이 좋은 곳에 놓은 먹이망이다. 작은 날파리나 나방이 걸린다. 미물들도 다들 먹고사는 데는 지혜가 있다.
딸은 유난히 모기에 잘 물린다. 우리는 괜찮은데 잠깐 사이에 네 군데나 물려서 가렵고 부어오른다. 얼른 차에 태워 집으로 향한다.
깊게 후우~~ 하고 숨을 쉬어본다. 비좁은 틈새로 잠시 잠깐이나마 여름의 청청함 맛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