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소리

똑똑하다는 것

by 시우

요즘 중국에서는 팡팡의 "우한 일기"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우한에서 성장한 중국의 작가 팡팡은 코로나 발생으로 우한이 봉쇄된 즈음부터 해제될 때까지 60일 동안의 상황을 매일 사실대로 기록해서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작가 스스로 야전 일기라고 말하는 그 "우한 일기"가 미국에서 출판되면서 더욱더 문제가 된 모양이다. 그녀는 이 모든 참상이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라며 현실을 은폐했고, ‘괴담’을 유포한 의사 8명을 처벌했다. 언론은 연일 태평세월의 뉴스를 전했고, 코로나는 팽창하고 있었다. 정부는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않고,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말’을 통제했다."

“20일에 가까운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친 것에 가장 분노한다. 코로나 19 사태는 명백한 인재다... 중략... 가장 감동적인 것은 두려움을 모르던 의료진, 이 모든 것을 견뎌낸 우한 시민들, 그리고 (코로나 19를 맨 먼저 경고했고, 환자 진료 중 감염돼 끝내 목숨을 잃은) 의사 리원 양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우한 시민들의 깊은 애정이다.”

중국 같은 나라에서 현역 작가가 이런 글을 쓸 때는 "반역자"라고까지 불리는 사회적 비난과 그 외에 다른 고통을 감수할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땅바닥에 쓰러진 작가와 문학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팡팡에게 감사해야 한다."라고 중국의 소설가 옌롄커는 말한다.


지난 18일 미국의 연방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사망했다. 그녀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되었다. 얼마 전"나는 반대한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소개된 그녀의 일생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이었다. 그녀가 반대한 것은"인간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이었다.

린드버그는 1933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여성의 역할을 가정주부로만 한정 짓고, 여성을 열등하게 취급하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변호사가 되려고 하버드 법대에 진학하지만 학교에서조차 차별에 직면했다. 500명 중 여학생은 단 9명. 교수들에게 9명의 여학생들은 면전에서 “남자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후에 컬럼비아대 법대로 옮긴 뒤 수석 졸업을 하지만 그는 일자리를 구하기조차 힘들었다.

긴즈버그를‘세상 모든 종류의 차별에 맞서 인권을 추구한 인물’로 만들어준 건 바로 이런 차별의 경험이었다. 긴즈버그는 꿋꿋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일을 했고 때론 양쪽 모두에게 "'악랄한 운동가’ ‘꼰대’ ‘뜨뜻미지근한 급진주의자'"라고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 목을 밟고 있는 그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이라는 노예제 폐지론자 세라 그림케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며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아이를 낳을지 여부는 여성의 삶의 방식, 행복과 존엄에 관한 핵심적인 결정이다. 이는 여성이 자신을 위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그 결정을 정부가 여성 대신한다면 이는 여성을 스스로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정원이 9명인) 연방 대법원 대법관 중 몇 명이 여성이라면 만족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내 대답은 늘 같습니다. '9명'입니다."

같은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팡팡은 영향력 있는 작가고 긴즈버그는 미국의 연방 대법관이었다. 오늘 아침 이 두 사람 이야기를 대하면서 이들과 같이 "똑똑한 사람"에 대해 생각해봤다.

똑똑하다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남보다 나을 것이고 그것이 공공의 선을 위해 힘을 보탤 능력으로 막연하게나마 인식되기 때문이 아닐까.


관리직에 있는 친구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를 시키면 꼭 그 하나만 겨우 해내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똑똑한 애들은 확실히 달라. 하나를 시키면 열을 알아서 해내거든."

맞는 말일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 아무래도 나을 것이니.

한데 때로는 그 똑똑한 사람이 맡은 일이 단순한 업무처리가 아니라면? 신념에 따라 일을 하려면 린드버그처럼 시류를 거스르는 일이거나 팡팡처럼 고통을 감수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똑똑한 사람은 참 많다. 지성과 행동으로 인류에게 기여한 사람도 많지만 오히려 그 똑똑함이 사람에게 큰 폐를 끼친 경우도 많다.

좋은 환경, 좋은 학벌, 똑똑한 머리를 제 자신의 영달만을 도모하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경우. 나뿐이고 우리가 없는 똑똑한 사람, 차라리 멍청했으면 하지도 못했을 잘못된 일을 영리하게 해서 탈이다.


"반역자"와 "악명 높다"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소신 있게 다른 목소리를 낸 이 두 사람의 기사를 오늘 보며 "똑똑하다"는 것과 "용기"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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