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우리 동네에 빵집이 생겼다. 그것도 두 개나. 한 곳은 천연 발효종,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다는 조금 비싼 빵을 만들고 한 곳은 소규모 개인 체인점 형태의 빵집이다. 전에는 동네 초등학교 앞에 우리밀 빵집이 있어 가끔 이용했는데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는지 폐업을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샌드위치에 쓸 식빵 하나를 사려고 해도 멀리까지 나가야 해서 불편했다. 그러나 앞의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들어선 대형 아파트 단지 덕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구색을 갖춘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집 가까이의 직장에 느지막이 걸어서 출근하던 어느 날 구수한 냄새에 끌려가 보니 갓 구워진 빵이 나오는 시간이었다. 그 후로 가끔씩 따끈한 빵을 사서 직장에 간다. 밀가루 것을 좋아는 하지만 갈수록 내 위가 싫어해서 멀리하는 나와 달리 젊은 직원들은 빵을 좋아한다. 점심때쯤 퇴근하며 여직원 휴게실에 살짝 놓고 오면 오후 쉬는 시간에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크림 소보로빵과 두툼한 추로스를 샀다. 함께 모여 수다를 떨며 차와 함께 입을 즐겁게 할 달달한 간식은 언제라도 반갑다. 사실 직장 생활의 재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코로나로 모든 모임이 어려워지다 보니 집에서만 지내게 된다. 갑갑하고 불편하지만 나름의 장점을 찾아보자면 본의 아니게 대인관계에서 불필요한 가지치기가 절로 된다는 점, 혼자 하는 일이나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뭔가 창조적인 것을 찾아서 하게 된다는 점 등등이 있다.
나는 서울에 가서 받던 그림 레슨이 중지된 대신 영상 자료를 보며 어반 드로잉을 기초부터 배우는 중이고 창조적 에너지가 넘치는 동생은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배우더니 혼자 편집해가며 유튜브를 시작하고 제빵을 배우더니 예쁜 떡 케이크와 마카롱의 고수가 되었다. 심심한데 함께 재미 삼아 마카롱이나 떡 케이크 전문점을 내볼까 설왕설래하다가, 몸을 써서 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결론을 봤다. 생활이 시간에 매이게 되니 오래 하기가 힘들고 우리 체력에는 벅차다는 이유에서다. 어차피 적극적 의지를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즐거운 주제 거리로 티타임을 장식하는 것으로 족했다. 그래도 나는 엄청 든든하다. 동생 덕에 좋은 자리에 정성 어린 멋진 선물을 내보일 수 있어서다. 물론 동생 손을 빌려야 가능한 일이지만. 얼마 전 선물한 떡 케이크와 마카롱은 찬사를 받았으니 말이다.
코로나로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침체된 요즘에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소소하고도 중요한 이 일에 작은 노력이라도 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