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콩가루 즙을 물약처럼 마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신조어 중 하나가 있습니다. 아‧아.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준말인데요. 출근 시간대에 회사 근처에 가면 아‧아를 열심히 빨며 출근하는 좀비 떼가 있습니다. 어리거나 젊은 친구들은 그렇게 쓰기만한 것을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찾아 먹는지 의문일겁니다. 사실 몇몇의 변태를 제외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은 이 쓴 맛을 좋아해서 먹는 건 아니죠. 안 먹으면 잠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마시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아는 하나의 도핑약입니다. 육상선수가 스테로이드를 맞듯이 현대인도 아‧아를 먹어서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것이지요. 뜨거운 음료가 아닌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이유도 빨리 쪼옵쪼옵 빨아버리기 위한 것이죠.
그저 엔진을 계속 돌리기 위해서 잠깐 부동액을 넣어주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커피타임은 휴식이라고 부르기 민망하지만 현대인의 대표적인 휴식 시간입니다. 스케줄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생긴 새로운 스케줄이죠. 이렇게 현대인에게는 슬픈 운명과 같은 악마의 음료 커피가 역사적으로는 천상의 음료라고 불리며 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예술 작품 탄생에 기여했지요. 오늘은 그런 커피를 사랑한 예술가 중 휴식시간에 맞는 클래식 음악가 두 명을 소개하고 그들이 즐겼던 커피 메뉴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음악가는 바로 베토벤입니다. 베토벤의 풀 네임은 루드비히 반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입니다. 18~19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음악가 중 한 사람이지요.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청각장애를 후천적으로 얻었지만 이를 극복해낸 인간 승리의 한 장면으로 많이 기억됩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으로는 베토벤 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나폴레옹에게 바쳤던 교향곡 3번 영웅, 빠바바밤! 이라는 인상 깊은 부분으로 유명한 교향곡 5번 운명 등이 있습니다. 이 음악가는 워낙에 유명한 음악가이지만 커피를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커피 결벽증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베토벤은 당시 널리 사용되었던 퍼콜레이터라는 커피 주전자를 사용해서 커피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이 퍼콜레이터는 직접 커피 주전자를 직화로 데우는 방식의 주전자입니다. 내부의 물이 가열되면 관을 타고 상부의 필터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 추출된 커피 액이 주전자 아래에 고이고 고인 물이 다시 가열되면 상부의 필터로 올라가는 순환을 반복하여 커피를 추출하게 됩니다. 원하는 커피의 농도가 될 때까지 주전자를 가열하는 방식이지요. 요새는 에스프레소나 드립 방식에 밀려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왜냐구요? 맛이 없거든요.
맛이 탁하고 향이 옅습니다. 하지만 다른 커피 추출방식에 비해서 비교적 간단하고 커피 농도 조절이 쉽습니다. 또 주전자를 불에서 내려놓는 것만으로 추출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커피를 우려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퍼콜레이터의 특성은 커피를 추출할 때마다 정확히 원두를 60개! 딱 세어서만 사용하였던 베토벤에게는 알맞은 것이지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자기 마실 것만 이렇게 정확했던 것이 아니라 손님이 오면 손님의 수만큼 원두를 일일이 세어서 커피를 추출했지요.
이런 커피 결벽증은 베토벤의 완벽주의자적 성격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항상 마감 직전까지 곡을 수정했습니다. 심하게는 연주자들이 리허설을 제대로 해볼 시간조차 없었지요. 그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첫 공연 때도 피아노 파트가 완성되지 못해서 즉흥연주로 메워야 했습니다. 이런 완벽주의자적 성격 때문에 주변인들은 아주 진저리를 치며 베토벤을 싫어했습니다. 이런 완벽주의자적 성격의 베토벤이 즐겼던 원두 60알 커피로 완벽한 하루를 꿈꿔보는 건 어떤가요.
두 번째 음악가는 모차르트입니다. 모차르트의 풀 네임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입니다. 18세기 대표적인 오스트리아의 음악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모차르트는 지금까지도 음악의 대표적인 신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으로는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터키 행진곡으로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11번, 죽기 전에 미완성으로 남긴 진혼곡(Requiem) 등이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즐겼던 커피 메뉴는 조금 특별한 아인슈페너입니다.
아인슈페너는 오스트리아에서 유래한 커피메뉴입니다. 원래 독일어로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를 뜻합니다. 커피인데 왜 마차에서 유래한 말이 나오냐구요? 오스트리아의 마부들이 이 커피메뉴를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죠.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얹어먹은 것이 아인슈페너의 시초가 됩니다. 추우니까 칼로리가 많이 필요했던 거지요. 지금의 아인슈페너도 블랙커피에 휘핑크림을 얹고 그 위에 가루설탕을 뿌려 먹습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칼로리 폭탄이니까 냉방병에 특효약이 되겠네요.
자 여기까지는 그냥 아인슈페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차르트의 특별한 아인슈페너는 뭐가 다를까요? 스페셜한 재료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바로 럼입니다. 럼은 사탕수수로 담그는 증류주입니다. 카리브 해의 서인도제도에서 만들어져서 뱃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전 세계로 퍼져나간 술이 되었습니다. 도수는 40도에서 70도까지로 조금 도수가 센 편에 속하지요. 모차르트는 아인슈페너에 럼을 넣어서 마셨습니다. 더치맥주 같이 귀여운 수준이 아니라 아주 독한 커피 칵테일이 되는 것이지요.
모차르트는 어릴 적부터 수많은 부담감에 시달렸습니다. 천재적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소문이 났지요. 17살에 궁중음악가로 일하는 쾌거를 거두는 둥 많은 어릴 적의 성공이 있었지요. 하지만 모차르트의 삶은 항상 쪼들렸습니다. 낭비벽과 도박중독 때문에 빈곤했고 자녀들은 일찍 사망해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모차르트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있었습니다. 그런 궁지에 몰린 모차르트는 술을 과음하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생활을 계속했지요. 사실 위에서 말한 모차르트의 스페셜 아인슈페너도 카페인, 당분, 알코올까지 과한 결코 건강식은 아닌 것이죠. 그런 생활에 모차르트는 말년에 병을 얻을 수밖에 없던 것이고요. 바쁜 생활 속에서 잠깐 동안 고민을 날려버리는 모차르트의 스페셜 아인슈페너는 어떤가요. 물론 과음은 건강을 해치니 주의하시고요.
지금까지 천상의 음악가들이 커피를 즐겼던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커피 타임은 이 작곡가들의 클래식 음악과 함께 보내보세요. 단순한 물약 충전이 아니라 진짜 휴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