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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XA 매거진 Nov 15. 2019

수능이라는 산을 하나 넘어온 당신

스물이라는 새로운 계곡을 넘는 방법

11월인데 갑자기 겨울이 오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수능날이죠. 수능한파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유서 깊은 현상입니다. 수능날만 되면 수능을 치는 수능생들의 한이 하늘로 올라가서 날이 추워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이 날이 되면 온 나라가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미루고 수능생들의 동향에 집중합니다. 응원도 많이 전달하구요. 수능 잘 보라는 응원 선물과 교문을 붙잡고 기도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만큼이나 수능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왔습니다.     


수능을 대비해 이런 회의도 열린다!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이 시험이 끝나면 19살, 고 3 학생들은 이제 법정 성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능 시험을 아주 오래 준비해왔지만 성년이 되는 스물을 준비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적 없는 스물은 보통 흑역사가 되어 돌아오지요. 여기 우리의 흑역사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가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 『스물』과 우리의 스무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 스물은 2014년 3월에 개봉한 한국 코미디 영화입니다. 젊은 청춘들이 등장하는 청춘물인데요. 이 영화는 이병헌 감독의 첫 상업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나온지 5년이 지났지만 영화를 대표하는 명대사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명대사 한 마디로 영화를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네 엉덩이에 내 고추 비비고 싶어.”     



아 영화 다 봤습니다. 보람차네요.     

이 영화는 줄거리를 설명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대충 찌질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저런 찌질한 대사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영화가 당시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이런 찌질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영화가 빠지기 쉬운 후반부 억지 신파 함정을 피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관되게 코미디로 영화를 끌고 나갔던 겁니다. 뭐 물론 이런 코미디가 수위가 높은 B급이라 호불호가 갈렸다는 비평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스무살들은 고 3 여러분의 기대를 그대로 배반하고 있습니다. 스무살을 겪어본 사람은 알겠습니다만 스무살은 보통 흑역사로 점철되기 마련입니다. 바로 영화처럼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흑역사로 쓰여진 스무살 한해를 보내게 될까요.     



얼마 전에 있었던 수능은 보통 정규 교육과정에서 약 12년 동안 준비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무살을 얼마나 준비하게 되나요? 스무살은 대체 무엇인지 교육받아본 적이 있나요? 

     

스무살은 우리나라에서 법정 성년이 되는 나이입니다. 스무살이 되는 해 첫날부터 우리는 술이나 담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여러 사회적 제약이 풀려서 자유롭게 되기도 하지요. 자 이런 자유 속에서 우리의 활동반경은 마구 넓어지죠. 넓어진 활동 반경에서 날뛰는 동안 상상도 못한 새로운 역경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 이 역경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극복 못합니다. 극복 못하는 게 정상이죠. 우리 사회는 스무살에 대한 이해가 참 모자란 편입니다. 스무살은 이제 성년에 진입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발달단계상 여전히 청소년에 분류되는 시기입니다. 정확히는 만 24세까지는요. 아직까지 몸도 마음도 청소년인 스무살에게 사회는 너무 큰 기대를 겁니다. 사회 진출, 자아 실현, 취업, 독립, 연애, 결혼 등등 아주 무거운 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기대에 더해서 개인도 스스로에게 짐을 지우게 됩니다. 수능으로 억눌렸었던 욕망들의 실현이죠. 스무살이 되었으니까 여행은 한번쯤...알바는 한번쯤...등등 아주 바쁘게 살고 싶어합니다.     


스물이 되면 재테크도 해야한다!


듣도 보도 못한 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하는 것이 스물입니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찌질함으로 점철된 스무살은 당연한 일이겠죠. 영화 스물은 스무살의 찌질함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사회가 만들어낸 찌질한 스무살을 꼬집습니다. 이제 수능이란 큰 산을 하나 넘은 당신들에게 찌질한 스물의 민낯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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