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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자이는 많을수록 좋겠지만

부동산, 비트코인 유튜브 채널을 지우며

by 어떤 사서

다짜고짜 부리는 욕심은 얼마나

추한 것인지


이를테면

친목이 목적인 직장야유회에서 2-3만 원 정도의 선물이 걸린 보물 찾기 중

그 보물을 차지 하겠다고

등위 옷이 훌떡 올라가 있는지도 모르고

옆에 있던 아래 직원들을 밀어재끼며

기어히 보물을 차지하던 50대 과장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시간이 암만 흘러도 그때 같이 있던 직원들끼리는 그 과장님의 모습이 얼마나 욕심많은 사람의 대명사처럼 느껴졌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 두고두고 회상하게 될 것이란 걸..

이 순간을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거란걸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저 2-3만 원짜리

상품에 비슷하게 잠시라도 욕심을 냈던

나에 대한 반성도 바로 밀려온다.

아 저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거구나

사람이 욕심이 날수는 있지만

적어도 저렇게 온몸으로 티내지는 말아야

하는 거구나

저 우산 하나 나 없어도 사는데

옆에 사람 밀면서 차지 하는건 정말

흉한 거구나


그것은 숙연한 반성이었지만

내 잘못에게 기인하지 않은 반성이기에

고통스럽지는 않은 과정이다.


반면 실패한 부동산 투자라든가..

과거 육아에 대한 아쉬움등

내 잘못에 기인한 반성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 나는 길을 걷다

아파트만 보여도 ~~ 할걸, ~~ 하지 말걸,

살걸, 말걸 하등 쓸모없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비교대상의 친구가 떠오른다.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진 친구 A

빌라에 살던 우리 친정집과 달리

그때 막 재개발된 반포자이가

친정이었던 친구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이고

아버지가 정말 훌륭하신 친구이다.

그 훌륭함에 비례해 정석적으로

많은 부를 이룬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진 친구의 가정이 참 부러웠다.

(모순을 읽은 분들이라면 저는 안진진의 집

이 친구는 부자인 이모의 집과 비슷해요)


좋아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낯부끄러운지 모르는 부러움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반포자이가 친정이라 너무 좋겠다 너는


이를테면 이런 낯부끄러운 나의 한탄에

친구는 오히려 의아해 했다.


그런가? 근데 우리 엄마는 좀 힘들어하셔..

우린 한 개밖에 없거든..

엄마 친구들은 최소 2개는 다 갖고 있대

그리고 우리집은 한강이 안보여서...별로..


내게 반포자이가 암만 있다 해도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최소 2개

갖고 있다면

그래, 그건 나도 좀 힘들 것 같았다.

터무니없는 생각이 결코 아닌 것이다.


내 손안에 있는 반포자이 한개가 얼마나

대단하고 소유하기 어려운 그 한개인지

와닿지 않겠지 당연히.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읽으면

한강뷰 반포자이를

원하는 만큼 가질수 있는듯 보이는 이모가

사실을 그러한 삶을 가장 가볍게 놓아버릴수도 있을만큼

우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것을 말이다.




몇 백 년 전에 이미 죽은 니체나

쇼펜하우어도 인간이 얼마나

욕심덩어리인지 여러 권의 저서에

설파하고 있다.

지금 여기를 사는 누구나의 삶은 모두 과거가 될 것이고 그 누구도 나의 사후 백 년 후 내가 반포자이를 소유한 한국인이었는지를 궁금해 하지는 않을 거란 것이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쇼펜하우어가 섹시한 이유는

그것이 그가 실제 성공한 투자자여서가 아닌 그의 삶에 대한 괴로움과 외로움을 승화시킨 공감과 동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철학적 메시지 때문이란 걸 알고 있기에.


내가 죽은 후 백 년까지도

그것은 아무런 하등 중요한 일이 아닐 텐데

왜 나는 내 인생의 이 짧은 백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것에 대해 괴로워하고 열망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말도 안 되는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다.


나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유튜브에서 부동산 관련 채널을 지운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지운다.

제발 내 알고리즘에서 사라지길 바라며..

그리고 더더욱 오래된 철학자의

책을 들것이다.


그들의 글들이 백 년 후 천 년 후까지

남아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한 일인지에 대해 계속 되뇌면서..




✅ 어떤 사서의 오늘의 책처방 ✅


『쇼펜하우어 인생론과 행복론』
: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이미 다 알고 있던 몇백년의 철학자의
유머와 독설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줄수 있다는 진실이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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