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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20. 2017

광식이 동생 광태 - 사랑에 빠지고 싶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2005년작이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비디오 가게가 등장하고, 이젠 골동품이 된 피쳐폰으로 서로에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영화 속 소품을 보다가 세월이 흐르면 사랑하는 모습도 변할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광식이동생광태


지금 시대라고 해서 광식이(김주혁)처럼 7년 동안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소심남이 없을까?


지금 시대라고 해서 광태(봉태규)처럼 육체적 관계만을 원하는 작업남이 없을까?


세월이 흘러 지금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한 세상이 오면 소심남과 작업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사랑을 바라보는 태도와 모양이 달라질까?


아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길(La Strada)의 한 장면


광태(봉태규)와 경재(김아중)가 함께 봤던 영화가 있다. 


1954년에 만든 어진 이탈리아 영화 길(La Strada) 지능이 모자란 젤소미나와 떠돌이 차력사 잠파노의 사랑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광태(봉태규)는 영화 따윈 안중에도 없고 오직 경재(김아중)의 몸에만 관심이 있었다. 작업남 광태의 머릿속에는 이경재(김아중)의 몸 말고는 원하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들이 헤어질 때 이런 대화를 나눈다.



광태   사랑이 변하니?


경재   사랑이 아니니까 변하지!



경재(김아중)는 육체적 호감이 떨어지면 광태(봉태규)가 언제든지 자신을 떠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영화 길에서 잠파노가 젤소미나를 버렸던 것처럼.


남녀 관계에서 섹스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관계의 전부라고 여기는 남자와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없다.


광식이동생광태



광식이 동생 광태에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 유광식(김주혁)은 답답한 소심남이다. 7년 동안 한 여자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못 한다. 좋아했었다는 과거형의 말조차 하지 못하는 바보다.


윤경(이요원)의 말처럼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그런 사람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알 것 같지만 표현하지 않으니 알 수 없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 애매모호한 관계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찌질한 남자들이 가진 모든 패악을 겸비한 광식(김주혁)과 윤경(이요원)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않는다.


광식은 그녀를 좋아한다. 그러나 정작 기회가 찾아와도 용기를 내지 않는다. 그런 부류의 남자들이 존재한다. 짝사랑을 즐기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남자들이.


그런 부류의 남자들은 윤경(이요원)의 말처럼 좋은 사람이 된다. 좋은 사람으로 남았으니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다는 자기합리화를 주장하는 소심파들이다. 결국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 완벽한 소심남으로 거듭난다.


광식이동생광태


광식이 동생 광태는 광식과 광태 형제의 연애담을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광식(김주혁)은 7년 동안 윤경(이용원)을 짝사랑하는 소심남이고, 광태(봉태규)는 경재(김아중)의 몸에만 관심이 있다.


외모와 성격이 180도 다르지만 이 형제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어떤 여자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어려워서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안 나타나서일까?


아니면 타이밍을 놓쳐서 일까?



사랑한다는 말이 어려워서도, 사랑하는 사랑이 안 나타나서도, 단지 타이밍을 놓쳐서도 아니다.


그저 사랑에 빠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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