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싶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애 상대를 찾는다. 그중에 소개팅은 보편적인 방법이다.
사내연애 등으로 난감해질 일도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소개팅으로 인연을 만든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연인이 될지 아님 스치는 인연이 될지 결정된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소개팅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었다. 평범한 외모였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었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었다. 나에게도 소개팅을 부탁했었고 몇몇 사람을 소개했었다.
소개팅의 결과는 백 프로 성공이었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
누구든 소개만 시켜주면 연인이 되었다.
다만 연인이 된 지 한 달도 안 돼서 스치는 인연이 되고 말았다.
내심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했지만 실례가 될까 봐 묻진 못했다.
그녀가 나를 찾아왔던 그날도 그녀의 짧은 연애가 끝나는 날이었다.
"잘 지내?"
"아니요. 못 지내요."
"무슨 일 있어?"
"오늘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과 헤어졌어요."
"싸웠어?"
"안 싸웠어요. 제가 이제 그만 만나는 게 좋겠다고 말했어요."
"왜? 마음에 안 들었어?"
"남자들은 왜 자꾸 스킨십을 하려고 하죠?"
"뭐, 애정표현일 수 있지. 우리는 가까운 사이라고 자랑하는 걸 수도 있고. 혹시 그 남자가 스킨십을 강요했어?"
"그런 건 아닌데 눈에 자꾸 보여서요.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기분이 들잖아요. 키스할 타이밍, 포옹할 타이밍..."
"어떤 면에선 당연하지. 연애 중에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게 되니까."
"그런데 전 그게 너무 싫어요. 저에게서 그것만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구나. 계속해서 짧은 연애만 하게 됐던 게 스킨십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구나."
"맞아요. 누구는 병적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피부와 피부가 닿는 게 싫어요. 징그럽다고 해야 하나. 별로예요."
"그럼 누구 하고도 스킨십을 하고 싶진 않은 거야?"
"모르겠어요. 병원에 가서 상담도 받았는데..."
"의사는 뭐라고 해?"
"제가 좀 민감해서 그런데요. 어린 시절에 폭행이나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묻더라고요."
"과거의 상처가 현재까지 작용을 하니까."
"없다고 했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만약에 있다고 하면 제가 5살 때나 그 즈음였을 거예요. 엄마가 혼내면서 저를 씻겨주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것뿐이요. 누구랑 뭘 해서 그렇게 혼이 났는지는 모르겠어요. 아이가 다 똑같잖아요. 멋도 모르고 덤벙댔겠죠."
"아이 때는 다 그렇지. 그런데 그게 생각이 났구나. 그때의 기억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어. 마음속에서 아직도 자책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습네요. 그렇게 소개팅을 많이 하고 그 많은 남자들을 만났는데, 아직도 5살 때 받은 상처 때문에 아무하고도 스킨십을 할 수 없고, 사랑도 할 수 없으니 말이에요."
"넌 연애가 왜 하고 싶니?"
"혼자가 너무 외로워서요. 길에서 지나가는 연인을 보면 사랑이 느껴져요. 외로움은 느낄 겨를도 없어 보이고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래도 넌 용감한 사람이야. 계속해서 소개팅으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것도 이젠 너무 지쳤어요. 힘들어요. 짧은 만남이라도 이별은 항상 마음 아프니까요. 그 모든 게 제 잘못인 것 같고요."
"사람을 많이 겪어본 건 잘한 일이야.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남자들이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했지. 넌 최소한 남들보다 남자들이 어떤 때에 스킨십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잖아."
"그게 뭐가 중요하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잖아."
"스킨십을 싫어하는 남자는 없었어요. 제가 만나 본 남자 중에서는요."
"스킨십을 싫어하는 남자를 만나라는 건 아니야. 이제부터 남자들을 만날 때 스킵쉽하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면 좋겠단 뜻이야. 만약 받아들이는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가 스킵쉽을 하고 싶은 순간을 알 거야. 다른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때 그 남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면 알 수 있으니까. 만약 너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힘들지만 잘 참을 거야. 네 마음이 열리기 전까지."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있어. 그만큼의 만남이 필요할 뿐이야. 대신에 지금까지 소개팅 성공확률 백 프로의 신화는 깨지겠지만."
"소개팅 성공확률이 백프로면 뭐해요. 모두가 지나간 인연인데요."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연인이 될 사람을 찾아. 더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알게 될 거야. 어딘가에 나와 짝이 될 사람이 있다는 걸."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수 백 명을 만나야 하는 거네요."
"맞아. 나와 함께할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수 백 명을 만나봐야 해. 더 많이 만나도 상관없어."
※ 이 매거진의 모든 글을 보려면 #연애상담일기 를 검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