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전열의 재편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적을 좇으며, 3년이라는 긴 시간을 헤매었다.
복약 기간을 고려하면 조금이라도 치료에 진전이 있어야 했다. 나는 자꾸만 상태가 나빠졌고, 의사는 약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약을 늘려갈 뿐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우울증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많은 약을 복용하고도 나빠지기만 할 리가 없었다.
본능적인 직감이 나를 움직였다. 무기력 속에서도 생존본능이 꿈틀거렸다. 새로운 의사를 사령탑에 앉히기로 한 결단은, 살기 위한 동물적 판단에 가까웠다.
새로 찾은 의사는 비교적 젊었다. 그는 문진을 통해 3년간 내 상황이 어땠는지, 어떤 치료를 진행했는지, 복용하고 있는 약물은 무엇이고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이어, 지면 검사와 뇌파 검사를 진행하여 전장을 면밀히 파악했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내가 싸워온 적에게는 분명한 이름이 있었다.
안개가 걷히고, 처음으로 적의 실체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의사는 내가 3년간 먹어온 항우울제가 80~90년대에 주로 처방하던 약이고, 지금은 그 약을 오래 먹어온 노인이나 타 항우울제에 부작용이 심한 일부의 환자 아니면 처방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가 세심히 고르는 말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새로운 의사는 구시대의 무기를 전면 폐기했다. 약의 갯수는 줄이면서도 증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조합을 시도하며, 전술의 전환을 알렸다. 그는 모든 선택권을 내게 주었고, 나의 의견을 중요한 전략적 정보로 받아들였다.
그제서야 내가 이 전장의 진짜 지휘관임이 분명해졌다. 새로운 정밀 유도탄이 지급되었고, 나는 의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전술을 운용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나를 되찾기 위한 반격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