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멈춘 걸음, 처음 마주한 풍경
매일 아침, 나는 집 근처 지하철역 입구를 내려가 열차의 끝자락, 9-4번 칸에 올라탄다. 그것은 가장 가까운 입구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하지만 내가 내려야 할 목적지는 열차의 맨 앞, 1-1번 칸이다. 첫 칸에서만 빠르게 계단을 오를 수 있고, 회사로 이어지는 지름길도 그 앞에 있다.
그렇기에 나는 9-4에서 타고, 1-1로 나아간다. 고개를 떨군 채 바쁘게 걷고, 때로는 가방에 부딪히고, 누군가의 한숨 속을 지나가며—나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무언의 길을 공유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 길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잠시라도 앉기 위해, 누군가는 이미 너무 익숙해진 패턴이기에, 혹은 단지 그 길 외엔 다른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서.
그렇게 나는 1-1을 향해 간다. 마치 결과가 정해진 여정처럼.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아는 퍼즐의 해답처럼. ‘그곳에 가야 하니까,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하지만 오늘, 문득 나는 걸음을 늦췄다. 9-4에 내렸지만, 평소처럼 1-1로 달려가지 않았다. 잠시 멈춰 섰다. 익숙한 패턴을 벗어나려는 그 짧은 망설임이 이상할 정도로 낯설고, 생경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왜 1-1로 가는 것이 당연해야만 할까.
천천히 걷다 보니, 그 사이에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지나쳤지만 보지 못했던 광고판, 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사람들, 눈을 감고 음악에 빠진 사람. 그들은 1-1을 향해 가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9-4에 남은 또 다른 나일까.
이 세계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유연하다. ‘효율’과 ‘속도’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하나의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답은 오직 하나가 아니고, 때로는 9-4와 1-1 사이의 어딘가에 삶의 진짜 풍경이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단지 조금 천천히 걸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소한 차이가, 나를 더 깊은 질문 앞에 세웠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이 길은 정말 내가 선택한 길인가.
내일도 나는 아마 9-4에 탈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이 꼭 1-1일 필요는 없다는 걸, 오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