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찾아온 쉼에게

우린 어떻게 쉬어야 할까?

by 유리의아빠

쉼은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존재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예기치 않은 순간에 문득 ‘지금 멈춰야 할 때’라는 신호처럼 다가온다. 평소 잘 다니던 회사에서 인력 조정이 이루어졌고, 예상치 못한 지방 발령이 있었으며, 결국 누군가는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육아휴직을 꺼내 들었다. 다들 자연스럽게 쉬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 텐데,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 장면들을 주변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다. 쉼이란 게 꼭 스스로 택한 시간만은 아니라는 것. 내 의지가 아닌 외부의 흐름이 ‘멈춤’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때로는 내가 곧 그런 선택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보통 우리는 이런 쉼 앞에 낯설고 어색하게 반응한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시간은 불안하게 느껴지고, 쉴 때마저 이유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음식도, 여행도, 놀이나 춤도 해본 사람이 더 잘 즐긴다. 그리고 그 모든 ‘즐김’은 처음엔 서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기만의 방식으로 익숙해지고 다듬어지며 결국 본인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

쉼도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익숙해질 수 있는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해본다—언젠가 나에게도 갑작스럽게 쉼이 찾아온다면, 나는 어떻게 쉴 것인가. 무언가를 하지 않음이 아닌, 나를 채우는 방식으로의 쉼을 미리 그려두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 쉼이 지금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나를 찾아올 수도 있다는 예감 속에서 나는 조금씩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떻게 멈추고, 어떻게 나를 돌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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