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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센시티브 Sep 13. 2022

해맑은 웃음


 은채는 2년 동안 교회 유아부에서 함께 했던 아이였다. 밝고 귀여우면서도 수줍음이 많았다. 하루는 은채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었다. 웃다가 새어나오는 웃음이 쑥스러운지 손으로 가리며 웃기도 했다. 그래도 웃음은 계속 새어나왔다. 난 그 아이의 웃음을 며 보는 내내 행복했다. 

 “아이도, 어른도 웃는 모습을 좋아하는 건 똑같구나. 나도 잘 웃는 사람이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특유의 해맑은 웃음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은채의 웃음을 보며 세상 걱정 없이 해맑게 웃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웃음으로 누군가 힐링이 된다면, 미소가 지어진다면 그 하루는 충만하다 싶었다. 


 눈치를 보며 일을 하고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낄 때 그 시간을 인내해 준 건 한 주에 한 번 아이들과 볼 수 있는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한 주만 버티면 아이들을 볼 수 있어. 그러니 힘내자.” 스스로를 토닥이며 아이들의 세계를 기다렸다. 그동안의 정도 많이 쌓였고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해하는 모습이 느껴질 때 뿌듯하기도 했다. “엄마의 마음은 지금의 내 마음보다 비교도 못할 마음이겠지.” 생각하니 우리 엄마의 나에 대한 사랑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되고 싶기도 했다. 

 유아부에서 맡은 아이들을 끝까지 계속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유아부에 들어와 2년이 지나면 유치부로 올라가고 다시 유아 부 나이의 새로운 아이들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이별이란 걸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그리 오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고, 아이들이 크는 시간이 빠르다는 걸 새삼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갑자기 선생님이 안보이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해서 나는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다.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유독 정이 많이 들었던 아이들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유아 부를 졸업한 아이들이 유치부로 올라가고 새로운 유아 부 아이들이 오고 나서도 한동안 이전에 보았던 아이들이 계속 떠올랐다. 이번엔 정을 덜 줘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치부로 올라간 아이들은 가끔씩 지나가다 마주치기도 했다. 아이들은 금세 키도 크고, 언어능력 또한 이전과는 달랐다.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을 보며 시간의 속도를 체감했다. 


 교회 내 복도에서 은채와는 꽤 자주 마주쳤다. 은채 또한 날 좋아해주고 잘 따랐던 아이였다. 아이들도 본인을 예뻐하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알고, 예뻐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다. 어느 날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날 은채가 발견하고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선생님! 음. 음. 우리 집 이제 음. 음. 멀리 가요~” 라고 말했다. “멀리 간다고?” 멀리 간다는 게 무슨 말일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에 계신 어머니께서 아버님이 직장을 옮기게 되어 지방으로 가신다고 하였다.

 이별엔 늘 익숙하지가 않았다. 특히 마음을 다했던 사람에게는. 어른들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은 때론 공허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이별 또한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 옆집에 살던 ‘아라’가 오랫동안 생각이 났고, 이번엔 교회에서 만난 ‘은채’가 그랬다. 마음을 다한다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만난 인연들에게, 만날 인연들에게 마음을 내어준다. 어느 순간 이별도 하지만 또 다른 만남에 새로운 마음을 힘내어 다시 꺼낸다. 만남과 이별은 우리 삶에 반복되는 과정이다. 오랫동안 은채의 해맑은 웃음이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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