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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으로 갈 준비 하세요.
이비인후과로 가서 진료받으면 수술을 권할 것입니다.
아직 어려 전신마취를 하겠지만, 너무 걱정은 마세요. “
기침하고 콧물 줄줄 흘리는 첫째 아이와 함께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이다. 중이염인데 고막이 접혀있고 만성으로 보인다는 소견이다. 물론 2주에서 한 달 정도 추적 관찰 후 결정할 것이라며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대학병원’과 ‘수술’, ‘전신마취’라는 단어에 나는 그만 털썩했다.
첫째를 안심시키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식사 후 약을 챙기는 것 외에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수영하면서 감기에 걸리면 중이염도 같이 앓았던 것을 기억해낸다.
수영 강습을 그만두어야겠다. 병원을 다녀온 아이에게 수영이 회복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나의 일방적인 주장에 아이는 반박하지 않는다.
퇴근 후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수영 강습을 한 달 정도 연기하자고 한다. 중급반을 지나 상급반에 간 것도 신기하고, 운동보다 놀이로 재미를 붙여가는 모습에 그만두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털컥.
만성중이염이 되어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아니 회복된다고 해도 수영이 중이염을 자극하고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데,
좀 더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면서는 아이의 교우 관계와 학습 능력은 물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면 ‘나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찾아든다.
안 그래도 요즘 부쩍 학교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거나,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지거나, 동생과 다툴 때면 종종 “아빠 때문이야!”를 외치는 녀석 덕에 더 소심해졌는데......
다음날.
주말이라 일찍 깬 아이가 툭툭 나를 깨운다. 콧물이 흐르고 기침을 하지만 에너지는 넘치므로 우리는 배드민턴을 치려고 공원으로 향했다. 표정은 밝고 움직임은 경쾌하다.
어제의 수영 중지 결정이 너무 성급했나?
저렇게 많은 에너지를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지금 관두면 위약금도 상당한데?
계속 다녀야 할 이유가 내 머릿속에서 샘솟고 있다.
아니다. 아니다.
좋아지더라도 재발할 수 있으니 당분간은 다니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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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어떡하지? 비록 다른 시간대지만 첫째와 같은 날 수영강습을 받는다. 서로 배운 것을 이야기하며 때론 북돋우고 종종 비꼬며 낄낄대고 웃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아이가 가지 않는 지금 나는 가기 싫다.
아내는 아직 모든 영법이 익숙해지지 않았으니 몸이 기억하도록 좀 더 다니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벌써 관두어야 하는 여러 이유를 찾아냈다.
밤 9시에 시작하는 늦은 강습에 힘없이 갔다가, 더 힘없이 돌아온다는 것,
어설프지만 모든 영법을 배웠고 솜씨를 뽐낼만한 리조트나 호텔엔 거의 가지 않는 것,
가끔 워터파크를 가지만 거기서 수영장 수영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
체력이 목적이라면 첫째와 배드민턴을 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것 등등
여기에 요즘 부쩍 자세교정을 위한 수영 선생님의 설명이 잦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잔소리와 핀잔으로 느끼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쩜 마음대로 안 되는 몸뚱이에 좌절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아이의 수영을 지나 나의 수영 중지를 두고 결정 장애에 빠져있다.
아~ 맞다. 나도 위약금이 있지! 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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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둘이 마트로 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다.
“아~ 정말 가기 싫다.”
“응?”
“수영! 너도 못 가니까, 아빠도 덩달아 가기 싫어져서.”
“아빠! 내가 쉬는 동안 열심히 해야 나랑 실력이 비슷해지지. 하하하. 농담이야.
하기 싫으면 하지 마! “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니!!!
단호하고 명쾌한 녀석의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다시 수영하러 다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하. 정말 못 말리는 결정 장애다.)
결국 아이와 나의 수영은 어떻게 되었을까?
쉿! 그건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