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순간이 오면

by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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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지갑을 잃어버렸다. 한참 동안 구석구석 뒤졌지만 도통 보이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아침 식사를 위해 치즈와 샌드위치 햄을 사러 간 마트, 딱 거기까지다.

마뜩잖은 나에게 스스로 한숨 쉬고는 진정한 다음, 지갑에 있던 카드 종류를 기억해 분실 신고를 한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ARS로 해결된다.
신고하는 순간에도 집 어딘가에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분실 신고를 마치니 정말 분실한 것 같다. 마트에 가서 물어도 보고 전날 간 상점에 전화도 해보았다. 역시 없었다. 아내는 지갑을 잃어버리면 현금만 없어지고 카드, 신분증을 간직한 지갑을 우체통을 통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단다. 앗! 그러고 보니 신분증도 분실했구나.


뭐 또 신고해야 하는 것이 없나?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지갑 분실 시 행동요령이 딱 3가지가 있다.


첫째, 카드 분실 신고(카드사 ARS, 인터넷 이용)

둘째, 신분증 분실 신고(경찰청, 주민센터 방문 또는 민원24)

셋째, 현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이기


겨우 첫 단계를 끝내고 좌절하고 있다. 잃어버린 것도 그렇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할 정도면 잃어버리지 않았으려나.


잠시 후 신분증 분실 신고를 하려다 무심코 4단 서랍장 위에 촘촘히 놓인 잡동사니 사이로 시선이 향한다. 그리고 다시 만난 요놈!!!



어휴~ 왜 거기 있었니?

곧이어 집 나간 기억이 되살아난다. 마트에 다녀와서 치즈와 햄을 던지듯 아내에게 전달하고는 류현진 선수의 선발경기를 보러 가다 주머니 속 물건을 아무렇게나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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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잃어버린 순간, (기억을) 잊어버린 순간.

너무 당황하지 말자.

일단 분실 신고를 한 후 마음을 추슬러 익숙하지 않은 장소까지 차근히 찾아보자. 찾으면 분실 신고 취소를 하면 되고, 못 찾으면 재발급 신청을 하면 된다.

어쨌든 우리는 잃어버리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는 불완전한 존재니까.

그래도 재발급이 되지 않는 정말 소중한 사람은 아직 내 곁에 있으니까 말이다.


Photo by Christine Ro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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