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숙제가 있어요?
응? 이번 선생님은 숙제를 잘 안 내주신다고 했잖아?
일기 쓰기예요. 부모님이랑 함께 쓰기.
엥?
금요일 퇴근 후 식탁에 앉았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은이가 종알종알 말했다.
쫑긋쫑긋 귀를 세우던 나는 문득 궁금증이 솟아났다.
'일기를 부모님과 함께 써오라니?
1학년도 아니고 4학년인데......'
그래서 은이에게 물었다.
“함께 쓰는 거면, '너 한 줄, 나 한 줄' 이렇게 번갈아 쓰는 거야?
아니면 너도 한쪽 나도 한쪽씩 각자의 일기를 쓰는 거야?”라고.
은이의 말을 들은 나는 '함께 쓴다.'는 것에 집중해,
내가 말을 하고도 이해되지 않는 엉뚱한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결국 나의 말을 듣던 은이가 '어떻게 아빠랑 일기를 같이 써? 일기는 비밀인데.'라고 정리했다.
'그런데 숙제를 하려면 같이 써야 하고, 함께 쓰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하며 고민하던 나를 위해 은이는 월요일에 등교해서 선생님께 여쭙기로 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등교를 준비하던 은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옆에 있던 나는 은이의 알림장을 열었다.
<부모님과 함께 주말 일기 한 편 써오기(10줄 이상)>
숙제에 관한 문제(?)의 글을 보는 순간.
혹 '부모님과 함께'와 '주말'이란 글자 사이에 '00한'이란 글자가 숨어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놀이한 주말 이야기'를 적어보라는 것 말이다.
아~~~ 이번 주엔 같이 뒹굴뒹굴 구르면서, 함께 만화책을 본 것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는데.
혹시 일기장에 아빠랑 과자 먹으며 만화책 본 것을 적지는????
아~~~ 일기장을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한 들 되돌릴 수도 없고.
다음 주엔 좀 근사한 나들이 계획을 세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