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onlight
Sep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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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 집에 도착하니 막내 아이가 퉁명스러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은 아녔으면 좋겠단다.
왜냐고 물으니,
엄마나 아빠, 선생님이 혼내거나 친구들이 놀려
마음 아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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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유치원 등원을 하지 못하는 녀석은
맞벌이 부모의 케어가 불규칙한 탓에
밤낮이 엉키었다.
그러다 혼지만 잠들지 못한 밤, 속상해 울었다.
다음날 아침, 엄마와 아빠는 출근했고
홀로 깨어나 주르륵 흐르는 코피에 당황해 또 울었다.
거실엔 동영상 강의를 듣는 초등학생 언니가 있었지만
아무 말 못 하고 흑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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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퇴근해서 사람으로 태어나기 싫다는
아이의 속마음을 듣는 순간,
나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 졌다.
아이의 포동한 손가락과 나의 거친 손가락이 맞닿을 때
아이의 경쾌한 목소리가 나의 지친 귀를 일으켜 세울 때
울고 웃는 그 얼굴을 가만히 가만히 바라보게 될 때
내가 그의 아빠여서
이마를 맞대고 깊은 포옹을 하며
아픈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덧. 우린 누구나 부모의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