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흑역사를 깨우는 막내

by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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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먹고 자고 입는 행동을 혼자 할 수 있기에

부모의 손길이 덜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학부모로서의 역할이 가중되고 있거든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도 있고

감염으로 재택학습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때도 어김없이 부모 노릇이 필요합니다.


공부방이나 학원을 보내어 학습을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과 나의 게으름이 만나

집에서 함께 책 읽고 과제를 수행하는 정도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하루는 막내가

"아빠, 내일 수학 1단원 시험 본다고 해." 그러는 거예요.


마침, 아이의 자율학습에 맡겨 두었던

수학 문제집을 발견하고는 당장 내일이 시험이므로

중간과정을 모두 뛰어넘고 마지막 단원평가 문제를 풀게 합니다.


잠시 후 함께 답안지를 맞추면서

아이는 훌쩍입니다.

천천히 문제를 읽어주는 아빠의 목소리에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서인지

셈에 민첩하지 못한 아빠에게 설명을 듣는 것이 굴욕적이어서인지

무지하게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뚝뚝 눈물을 떨어뜨립니다.


예전 같았으면

'왜 울어? 틀려서 속상한 거야?

누구나 틀릴 수 있어! 괜찮아!!

그러려고 문제집으로 연습하고 또 학교에서 시험도 보는 거지!!!

알지??!!'


이렇게 어르고 달랬을 테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그래선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의 국민학교 1학년 시절

산수 시험에 대한 기억 하나를 꺼냈습니다.


어떤 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중간 뒤쪽에 앉았었고

시험 종료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의 시험지는 친구의 손을 거쳐 선생님께 전달되었죠


수 분이 지나기도 전에

나는 알았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요.


더하기와 빼기를 거꾸로 한 것인지

십 자리와 일자리 수를 반대로 적은 것인지...

딱 알아챌 수 있는 실수를 했답니다.


뚜벅뚜벅

그렇게 선생님께 다가갔고 훌쩍이며

나의 시험지를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어린 아빠의 모습에 집중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했을까?

그다음 아빠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물으니


제법 당당하게 선생님의 원칙을 말하면서

어린 아빠를 위로하는 게 아니겠어요.


너무도 속상했기에 아직도 기억난다며

울보였던 어린 나를 보여준 것이 사실 좀 멋쩍기도 했지만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뚝뚝 흘렸던 눈물을 멈추고

나의 어깨를 토닥이는 것만으로도

기꺼이 나의 흑역사를 꺼내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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