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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Mar 11. 2016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자식은 아이 같을까?

쌓인다.

쉴 새 없이 순간을 담으려고 휴대폰을 눌렀다.

풍경도 담고 아이도 담고, 때론 목소리와 움직임도 담았다.     

매일 매일 찍고 찍었던 사진은 어마어마하게(?) 쌓여 이제 휴대폰을 느리게 만들었고, 급기야 PC마저 뚱뚱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아내가 대인배가 되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미루고 미뤘던 사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것이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으니 그 양에 주눅이 들었을 텐데,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라 견딜만한 모양이다.     


잠시 후    


으으음…….

가늘고 긴 한숨.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 사진을 파일로 담아두기도 하지만 쉽게 찾아보려고 6개월, 길면 1년에 한 번씩은 인화를 해서 앨범에 넣고 본다.

둘째가 생기고는 아이들의 사진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이를 정리하는 우리의 노력은 육아를 핑계로 점점 늦어지고 있었으니.


아내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아마 하나의 폴더에 순서 없이 쌓여갔을 것 같다.     

그러니 아내의 행동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한숨이라니.

나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다시 조용하다. 가끔씩 전해지는 딱. 딱. 딱. 딱.     

이내 고요를 깨는 아내의 한 마디가 울린다.    


쑥쑥이도 1년 전에는 정말 아이 같았어!   

 

(엥???)



벌써 9살이 된 첫째 쑥쑥이가 1년 전이면 8살.

우리 부부는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해 6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무한한(?) 양보와 배려, 첫째의 역할과 성숙함을 주입하고 강요했다. 때론 일방적인 잔소리가 되기도 하고 때론 고성이 오가기도 했는데, 녀석의 사진을 보고는 아이 같다니!!!       


가물거리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오- 끝내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초라한 속죄가
옛 이야기처럼. 뿌연 창틀에 먼저처럼
오- 가슴에 쌓이네. 이제 멀어진 그대 미소처럼           

뜬금없이 이선희가 노래한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이 나도 모르게 입을 통해 조용히 흐른다.

첫째 쑥쑥이가 훌쩍 컸다. 유치원 다닐 때와 초등 1학년일 때, 그리고 2학년인 지금은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준비물과 생활 정리가 조금씩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리 집고 있다. 물론 조곤조곤 학교생활을 이야기하거나 속상한 일을 일일이 알려주는 일도, 아빠와의 농담에 한껏 웃는 일도 점차 추억이 되어 가고 있지만, 이런 성장이 대견하다.      


그런데    


다시 1년이 지나면 어떨까?
또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어떨까?
아이가 자라서 청년이 되고, 더 자라서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면 어떨까?    


모르겠다.     


자~ 쑥쑥이랑 쭉쭉이!!

아빠 쳐다보고~~ 스마일~~

착착!!     


오늘을 추억하려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아빠 마음 속

<우리 딸> 이란 추억상자에 차곡차곡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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