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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Oct 10. 2016

딸아이 달래기

출구전략이 필요해요!

화창한 토요일. 모처럼 엄마와 함께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게 된 첫째 쑥쑥이는 출발 전 생일 카드를 작성하고 선물과 함께 포장하면서 기분을 맑은 가을 하늘처럼 높이고 있습니다.

여섯 살이나 어린 동생이 항상 붙어 다녔는데, 오늘만은 떨어져 유유히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뜬 기분을 감출 수가 없네요.     


+
세 시간 후.

엄마와 함께 귀가한 첫째의 두 눈이 선홍빛입니다. 촉촉한 것으로 보아 분명 슬픈 일이 생겼나 봅니다.     


아내가 눈짓을 보냅니다.     


우리만 먼저 와서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은 부모들도 함께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아빠와 동생 때문에 집으로 오게 되었지요. 함께 놀다가 혼자만 떨어져 나오는 것은 처음부터 참석하지 못한 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상처가 되는 모양입니다.     


불 꺼진 방에 홀로 무릎을 모으고 얼굴을 묻고는 훌쩍입니다. 아빠의 머리로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어찌하면 좋겠냐고? 너만이라도 갈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가겠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습니다.     

딸아이의 침묵은 아빠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이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보통은 재촉하며 녀석에게 감정과 생각을 말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녀석은 더 침묵합니다. 그런데도 아빠는 자기가 재단한 감정의 깊이로 아이에게 마치 항복이라도 받아낼 듯 다그칩니다. 그러니 빨리 아빠 말을 인정하고 방긋방긋 웃기를 강권하지요.


하지만 이런 저는 몇 번의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아홉 살 딸아이에겐 더 이상 적용되지 않더라고요.         


대신 조용해질 때를 기다려,


"저녁 주문할 건데, 짜장면이야? 짬뽕이야?" 하며 묻습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짬뽕을 선택하는 녀석의 취향이 다소 놀랍기도 하지만, 질문에 답을 하는 순간. 입이 열리고 서로가 말을 주고받는 순간. 서로의 감정이 누그러집니다.    


아빠가 녀석에게 바라는 것은 친구와 헤어진 아쉬운 감정을 보내주고 일상의 감정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아빠는 지독하게 이성적인 방법을 고집했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감정적으로 답답했을까요?     


시간을 주고 다른 이야기를 나눕니다. 감정에 대한 청소를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가만히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이죠. 그러면 스스로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신기하게 말이죠.



+

궁구막추 窮寇莫追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막다른 곳에 이른 쥐를 쫓지 말라는 뜻으로,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안 그래도 상한 기분인데 막무가내 뛰어들어 다그치는 아빠가 얼마나 미웠을까요. 당분간 딸아이의 감정 달래기에는 이 방법을 쓸까 합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상황에 빠지기도 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그 상황을 끝낼 출구전략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떤 출구전략을 갖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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