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배가 아니라 마음이 비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밤이 되면 이상하게 손이 바빠집니다.
배는 분명 고프지 않은데,
냉장고 문을 열고
과자를 꺼내고
“오늘까지만”이라고 말하며 한 봉지를 비웁니다.
먹고 나면 후회가 따라옵니다.
“왜 또 그랬지.”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하지만 정말 의지의 문제일까요?
조금만 더 솔직해져 보면
그 순간 배가 아니라
다른 것이 허기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배고픔 말고, 이런 적은 없었나요
하루 종일 애썼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날
실수 하나에 스스로를 심하게 몰아붙였던 순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던 저녁
괜히 허무하고 공허했던 밤
그럴 때 우리는 먹습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잠깐이라도 무뎌지고 싶어서.
음식은 즉각적입니다.
씹는 동안은 생각이 멈추고,
달콤함은 잠시 마음을 둔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면서도 반복합니다.
혹시 이런 믿음을 안고 살지는 않았나요
“잘해야 사랑받는다.”
“실수하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다.”
“완벽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
이 믿음은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어릴 적
“왜 그것도 못하니.”
“좀 더 잘해봐.”
“남들만큼은 해야지.”
이 말들이 쌓이면
아이의 마음에는 조용히 이런 문장이 새겨집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 보다.”
그 문장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증명하려 합니다.
잘하는 나, 완벽한 나, 실수 없는 나를 보여주려고요.
그런데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완벽을 유지하는 삶은
결국 지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친 마음은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어집니다.
폭식은 쾌락이 아니라 ‘대처’일지도 모른다
많은 연구들은 말합니다.
폭식은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울, 공허함, 자기 무가치감과 연결되어 있다고요.
우리는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감정을 눌러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충분하다고 말해주길 바랐던 마음
그 마음이 외면당했을 때
음식이 대신 들어옵니다.
먹는 동안만큼은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잠시 멈춥니다.
그래서 멈추기 어렵습니다.
“왜 또 먹었지?” 대신 '이해의 언어'로
다음에 그런 밤이 온다면
이 질문을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요.
“내가 지금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지?”
“나는 무엇을 혼자 견디고 있었지?”
폭식은 약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그만큼 오래 참고 있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 오래 스스로를 몰아붙여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배가 아니라 마음이 비어 있었던 날
먹지 말아야 한다고 다그치기 전에
한 번만 더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오늘 나는
충분히 인정받았는가.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었는가.
실수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대해주었는가.
우리는 배고프지 않은데도 먹습니다.
그건 배가 아니라
마음이 비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비어 있음은
비난이 아니라 이해로 채워야 합니다.
오늘 밤,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