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프로의 빈자리를 맥미니로 채웁니다
맥미니를 장만했다. 2년여 전 영상 편집을 위해 거금을 주고 마련했던 맥북 프로를 처분한 돈으로 요놈을 사고도 몇십만 원이나 남았다. 성능이 워낙 잘 뽑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받아서 사용하고 있자니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릿빠릿하다.
나와 온갖 수모(?)를 함께한 맥북 프로는 꽤나 고사양이었다. 4K 영상 소스를 두세 개 올려 편집해도 나쁘지 않은 속도를 보여 줬다. 그놈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었으므로 그야말로 내게 돈을 벌어다 주는 친구였다. 거짓말 좀 보태 내 전부였던 셈이다.
글 쓰는 일로 다시 직무를 변경하면서 그렇게 좋은 사양의 컴퓨터는 쓸모가 없었다. 그래도 집에서 나름 잘 쓰고 있었는데 말썽도 가끔 부리고 픽 하고 꺼져버리는 탓에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맥미니가 눈에 들어왔다.
이직한 지 6개월이나, 재택만 3개월째에 접어드는 내게, 이만큼 잘 어울리는 기기는 없었다. 애플에 붙기 힘든 '가성비'라는 이름마저 붙었다. 돈을 남기고 이놈을 구매하니 창조경제를 내 손으로 이룩한 것 같아 기쁘다.
맥북프로는 중고로운 평화나라를 통해 팔려갔지만, 맥북프로와 함께했던 추억들은 마음속에 남아 있을 테다. (무슨 추모사 같은 글을 쓰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도 두 번이나 함께 다녀오며 하루에 한 개씩 영상을 만들어 올렸고, 성탄절에도, 총선 날에도 낮밤을 오가며 영상을 편집하던 그 키보드와 트랙패드는 내 기억을 떠나지 않겠지... 물론 맥미니를 들이고 아쉬운 마음은 저리로 날아갔다. 떠나보내는 날이 추웠던 건 기분 탓일 게야.
"You are what you buy"라고 하던가. 나는 이로써 아이폰-맥북프로-맥미니-애플워치-에어팟프로의 퀀터플을 달성했노라. (아이패드만 다시 사면...) 이제 이 친구가 내게 돈을 벌어다 주겠지. 사실 일하는 건 나고 돈 버는 것도 나지만 이 매개가 없다면, 난 그냥 펜으로 글을 써야 하는 멍청이일 뿐일지 모른다. 기계한테 잘 부탁한다는 말을 이렇게 늘여 써 본 건 또 처음이다. 하여간에 잘 부탁한다, 친구. 나의 기쁨과 슬픔을 무지하게 함께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