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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an 20. 2021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 지우면 생기는 일

디지털 디톡스 한 달 회고

휴대폰에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지운 지 한 달. 며칠 안 됐을 때만 해도 인스타그램 어플이 있던 자리에 계속 손이 갔는데, 이제 그런 금단 증상(?)은 사라졌다. 인터넷을 하다가 링크를 입력하는 창에 'face'까지 치고 지운 것도 수십 번이었다. (물론 지금은 안 그런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몇 번이고 인스타를 다시 설치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연말과 새해에 다들 좋은 말을 주고받고 있을 텐데 나만 동떨어진 기분이 들어 괜히 슬퍼지기도 했다. 페이스북이야 원래 뉴스 보고 좋은 글 공유하는 정도로 썼기에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달을 버텼기에(?) 어떤 점들이 조금 달라졌는지 기록해 보려고 한다. 장단점으로 나누기에는 조금 엄밀하지 않은 것 같아 '달라진 점'으로 따져 봤다.


1. 소비가 줄었다.


말 그대로다. 인스타 스토리나 피드를 넘기다 보면 눈길을 끄는 아이템들이 워낙에 많았다. 광고는 물론이고 팔로우하는 셀럽의 계정이나 지인들의 계정에도 멋지고 예쁜 것들이 난무(?)했다. 옷은 물론이고 사실 필요는 없지만 사면 쓸 것만 같은 환상을 주는 생필품 따위가 항상 나를 옥죘던 터.


입력이 없으니 반응도 없어진 느낌이다. 뉴스 보기나 유튜브 등 내가 주로 하는 웹서핑에는 이 같은 광고가 스며들 틈이 많이 없다 보니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스마트한 소비자가 된 느낌이랄까… 어이어이. 소셜 미디어. 당신 날 꼬드기기 실패했다고.


2. 자기 전에 다른 짓(?)을 한다.


자기 전엔 인스타 스토리 쫙 훑고 자는 게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래야만 잠이 온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젠 다른 걸 하는데, 이게 사실 디지털 디톡스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유튜브로 영상을 좀 보다가 자기도 하고,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고, 당근마켓에 괜히 들어가 보기도 하고… 하여간 스마트폰을 쥐는 건 변하지 않았다. 디지털 디톡스라면서 다른 디지털의 분량을 늘리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건 스마트폰을 내다 버리지 않는 한 고치지 못할 버릇이긴 하겠다마는.

3. 불특정 다수와의 연락이 현저히 줄었다.


인스타를 하다 보면 특히 불특정한 누군가와 갑자기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를 올리면 DM으로 반응이 오거나, 또 내가 반응할 때가 그렇다. 갑작스레 대화를 이어나가곤 했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다. '이참에 관계를 싹 정리해야겠다'는 거창한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쓸데없는 에너지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4. 업데이트가 늦다.


여기서 업데이트란 여러 차원의 업데이트를 의미한다. 지인들 근황부터 시작해서 트렌드나 특정 사회 이슈를 접하는 게 살짝 늦다. (포인트는 살짝에 있다. 못 접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의미) 인스타를 안 하니 가까운 친구는 물론 먼 친구들까지 근황 접할 기회가 전무하다. '직접 연락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참 손이 잘 안 가기도 하고..


트렌드도 각종 소셜네트워크에서 절정에 이르다 보니, 유튜브나 방송, 언론으로 넘어왔을 때는 이미 저무는 단계이기 마련. 나는 실제로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여성 이슈나 교계 이슈 등의 특정 사회 이슈를 따라가곤 했는데, 요즘엔 이 또한 언론을 통해 제한적으로 접하고 있다.



사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면서 '소셜미디어 계정을 비활성화하면, 날 찾을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괜한 걱정을 했는데,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한 20일 뒤엔가 친구 연락이 오긴 했다. '(소셜미디어) 왜 없앴냐, 결별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돌았다'면서. 소셜미디어를 잘 운용하면 '문제없는 사람', 갑자기 없애거나 안 올라오면 '신상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웃픈 현실의 방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달 해 봤으니 50일은 채워 봐야겠다. 괜히 이런 거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디지털 디톡스라, 언제든 돌아갈 필요를 느끼면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아직 그렇지는 않다. 스트레스보다는 재밌는 지점이 더 많다. 완전하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성공사례를 만드는 과정 중에 있는 거니까. 아무튼, 20일 더 도전 선언! 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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