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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세일즈 Jan 09. 2022

X세대를 위한 글

70년대생이 간다.

나는 'X세대'이다. 언제부터 X세대란 용어가 한국에서 유행했을까?

내 기억에는 대학교 3학년 때, 가수 김원준 씨가 'X'라고 하는 화장품 TV 선전에 'X세대'라고 자신을 표현한 광고 카피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기억한다. 이전의 전후세대 (58년생으로 대표되는), 586세대와는 다르게 X세대 (저의 정의는 70년대 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X세대는 앞의 전후세대나 586세대에 비하면 좀 불쌍한 세대이다.


앞의 두 세대가 한국 경제의 황금 성장기의 결실을 누리고, 사회 각 조직에서도 빨리 승진하고 오래 그 지위를 누린 세대라고 한다면, X세대는 1990년대의 IMF, 2000년대의 리만브라더스 사태 등의 세계경제의 위기를 경험했고, 2010년대부터 나타난 한국 경제의 저성장기의 시작을 함께 한 세대로서, 앞의 두 세대를 오랜 기간 아래에서 보좌(?)해온 세대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높은 출산율로 인해, X세대 간의 경쟁은 치열하고 조직에서의 승진은 어려워진 세대라고 볼 수 있다. X세대의 다음 세대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MZ세대'라는 또 하나의 물결을 이루며 X세대를 압박하고 있다.


X세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의 대표적인 표현은 '낀세대'란 용어이다.


물론 비슷한 의미인 '샌드위치 세대'는 60년대의 베이비부머에게도 적용이 되지만(위로는 부모 봉양, 아래로는 자녀 양육),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회 조직 내에서의 힘없는 중간자의 처지는 X세대가 한 수 위란 생각이 든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전에 제가 경험한 회사 조직문화에서의 X세대 위치의 단적인 예를 설명하면,

회사의 회식을 가면 한쪽에는 586세대와 다른 한쪽에는 MZ세대가 나뉘어 앉게 되는데 그 중간에 나와 같은 X세대가 앉게 된다. 그 기업만의 회식문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586세대의 팀 내 군기반장의 역할을 하는 과장이 기분이 나쁘다는 투로 우리 쪽을 바라본다. 왜 그런 것일까?

X세대인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후배들이 일어나서 먼저 건배제의를 하며, 선배들의 자리를 돌며 술을 따르라는 분위기구나...' 하지만 옆의 MZ세대 후배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자기들끼리 술을 마신다. 결국 내가 일어나서 건배제의 및 자리를 돌며 술을 따랐고 회식 분위기는 그대로 그렇게 흘러갔던 기억이 난다.


이상과 같이 '고생만 하고 승진은 어려운 세대', '낀세대'라는X세대의 부정적인 시각을 뒤집어, X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X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상을 함께 경험한 세대이다.


중고등학생 때, 라디오 DJ의 심야방송과 공개방송 쇼를 독서실에서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공부를 하였고, 90년대 후반 인터넷 초창기의 엄청 느린 전화선 통신을 사용하며 기다림의 미덕을 배웠으며, 삐삐의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바쁘게 전화 다이얼을 돌리다가 무겁고 큰 무선전화기를 자랑하며 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의 선임으로 고속 인터넷의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들을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지내고 있다. 레트로 트렌드의 대표 콘텐츠인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생각하여 공감할 수 있는 세대가 바로 X세대이다.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활용 능력을 함께 보유한 세대로서 X세대는 다른 세대가 부러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둘째, X세대는 여러 세대로 구성된 시장(마켓)에 대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고 세일즈 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다.


X세대만큼 다른 세대와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온 세대가 있을까? 위로는 전후세대와 586세대의 생각과 감정을 맞춰 줘야 하고 (보고서 형식에서부터 업무 스타일 그리고 회식 분위기까지), 아래로는 MZ세대의 눈치를 보면서 업무 지시를 해야 한다. 위로는 그분들이 해야 할 업무를 대신해 줘야 할 때도 있지만, 아래로는 자신의 업무를 함부로 시킬 수 없는 '낀세대'가 바로 X 세대이다. 윗 세대의 업무지시를 아래 세대에 맞게 전달하며 효과적인 업무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선 다양한 세대에 대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이 토대가 되어줘야 한다. 이러한 X세대의 풍부한 경험과 능력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소비자 시장에 대한 마케팅과 세일즈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세대로 구성된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론칭하는 업무에 있어서, X세대는 다른 세대가 갖지 못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셋째, X세대는 사회 내 조직 내의 다양성을 이어 주어 조직의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퀼트의 바느질'과 같은 존재이다.  


'퀼트'라는 방식은 다양한 천을 모아서 이어 붙인 것을 말한다. X세대는 퀼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천을 이어 붙이는 'X자 뜨기 바느질'과 같다. 조직 내의 각 세대가 자신의 개성만을 주장하고 있을 때, X세대는 이 다양한 세대를 화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신과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력과 공감능력이 있는 X세대는 조직 내에서 세대 간의 협력을 통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회사에 불어오는 상시 퇴직, 명예퇴직의 대상자는 주로 60년대 후반의 선배 사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제 다음 차례는 나와 같은 X세대 사원들이 될 것이다. 고령화 시대의 노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근로기간의 연장인데 이러한 문제와는 아랑곳없이 50대가 되면 조직에서 밀려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불현듯, 쉼 없이 달려온 나와 같은 세대인 X세대를 위한, 그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글을 적어보고 싶었다.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 제목에 맞춰 '70년대생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간다.'라는 다짐의 생각을

사회와 가정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다른 X세대와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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