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게 남은 캄보디아 시간, 그 흔적들 1

숙소 차야 게스트하우스에 들다

by 지천

숙소 차야 게스트하우스에 들다

아침 여덟 시에 한국에서 가지고 온 짐, 캐리어 하나와 이민가방 하나, 그리고 등산 가방 하나를 실은 차는 빠른 속도로 프놈펜 시가지를 빠져나갔다. 일 년 동안 봉사활동을 위해 살아야 할 바탐방으로 가는 길이다. 바탐방은 두 번째 가는 길이지만 아직은 낯설다. 마을과 들판, 그리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보이는 풍경은 처음 바탐방으로 갈 때 바라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내게는 낯선 풍경일 뿐 그 속에 들어있는 삶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달리 보이지 않는 것일 테다. 그렇게 네 시간 반을 달린 차는 숙소인 CHHYA GUEST HOUSE에 나와 짐을 내려놓았다. 더위는 여전했다. 프놈펜보다는 약간 북쪽에 있어 조금은 시원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몸으로 느끼는 더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숙소에는 다행히 엘리베이트가 있어서 그나마 땀을 덜 흘릴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4층 402호실에 들어가니 찜통 같다. 아니 4층이 아니라 5층이다. 캄보디아는 맨 아래층이 G층, 그리고 1층, 2층 이렇게 올라가니까 402호실이라 하지만 사실은 5층인 것이다. 급하게 선풍기와 에어컨을 함께 켜 놓고 잠시 쉬다가 짐 정리를 했다. 한국에서 잔뜩 꾸려온 짐, 대부분의 짐들은 호텔에서 5주간 살 때 한 번도 풀지 않았던 것들이다. 짐을 꾸릴 때도 일 년 살림살이가 제법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펼쳐놓으니 더 많은 것 같다. 짐을 넣으려고 장롱이나 서랍들을 둘러보니 온통 먼지투성이다. OJT(On the Job Training) 기간에 한 번 보고 간 집이고 또 바탐방 지역이 먼지가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별로 투덜거리지 않고 물티슈를 꺼내 꼼꼼히 닦고 난 뒤에 짐을 정리해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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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살아야 할 차야 게스트하우스는 다른 지역 봉사단원들이 상당히 부러워할 정도로 살기 좋은 집이다. 거실과 방으로 구성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사는데 필요한 것은 모두가 갖춰져 있다. 화장실이 따로 있고 화장실 안에는 샤워실이 있다. 그리고 세탁기가 놓여 있으며 세면대 역시 갖춰져 있다. 거실에는 주방이 같이 있는데 가스레인지를 비롯하여 냉장고와 식탁이 있었다. 방에는 침대와 에어컨, TV와 각종 수납장이 있으며 스탠드형 선풍기와 천장형 선풍기 역시 쓸 만했다. 방 밖으로는 베란다가 있고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어 더울 때는 문을 열어두어도 괜찮다. 이 정도면 혼자서 밥을 해 먹어가면서 충분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 번 청소를 해주기까지 하니 다른 지역 봉사자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바탐방 지역으로 오는 봉사단원은 대부분 이 공간에서 머무르고 있다. 뿐만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파견나온 사람들도 많이 있으며 심지어 선교사 부부가 같이 사는 집도 있다. 그래서 한국인을 많이 보게 된다. 한국인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온 자이카 단원을 비롯하여 외국인들 역시 많이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바탐방 안에 있는 외국인 전용 거주지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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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편리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공간은 무척이나 안전하다. 큰길에서 G층으로 들어오면 호텔 카운터와 같은 데스크가 있어 여자 관리인이 낮시간 동안 상주하면서 일을 본다. 5시에 여자 관리인이 퇴근하면 이후 남자 관리인이 다음날 아침까지 그 공간에 있으면서 집을 관리하고 입주자들의 불편 사항을 해결해 준다. 총 5층으로 된 이 건물 옆으로는 큰 주차장이 있는데 저녁 9시가 지나면 건물로 들어오는 입구와 도로에 인접한 주차장은 철문으로 막아버린다. 출입은 주차장 맞은 편 한 곳만 열어놓고 그곳은 또 다른 직원이 관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외부인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한다. 젊은 여성 봉사자들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차야 게스트하우스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앞으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 위해 숙소에 연간 사용료 20불을 주고 자전거 임대를 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타 보는 것이다. 학교 가는 길을 미리 알아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타고 바탐방 대학으로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니 학교까지는 약 17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학교를 바라보니 토요일인데도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집으로 와서 씻고 짐 정리를 마저 했다.

캄보디아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처음으로 내가 음식을 만들어서 먹었다. 그동안 프놈펜에서 현지적응교육을 받을 때는 호텔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음식을 해 먹을 일이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밥솥과 냄비, 후라이팬 등 조리 도구 일부를 가지고 왔다. 일 년 내 음식을 사서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 온 것이다. 그리고 어제 학교에서 돌아와서 Heng Chhay Ly Mart란 곳에 가서 밥그릇을 비롯하여 가지고 오지 않은 주방도구를 다 샀다.

돼지고지 구이와 김치, 그리고 구운 김과 된장을 반찬으로 하여 밥을 먹으니 캄보디아 음식 맛이 거의 나지 않고 한국에서 먹던 맛과 비슷해서 오랜만에 한국식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쌀은 가지고 오지 못해 이곳에서 생산된 자스민 쌀을 샀는데 압력밥솥으로 밥을 해서 그런지 찰진 게 이곳 음식점에서 사 먹은 밥과는 많이 달라 먹기 좋았다. 지난 금요일, 신입생 환영회 행사가 있어 학교를 다녀왔는데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수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짐 정리를 마치고 학교에서 가지고 온 교재 여러 권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이곳 바탐방대학교 아이들과 지낼 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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