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에 담지 못한 이야기

아이를 안고 툭툭 운전을 하는 사람

by 지천

퇴근을 하기 위해 툭툭을 불렀다. 요즘은 우기인데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부터 햇살이 무척이나 뜨겁다. 마치 건기의 어느 한 순간인 듯한 느낌이다. 우기가 시작되면서 비가 자주 내리고 덕분에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해도 덥지 않아, 땀이 거의 나지 않아 좋았는데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따가운 햇살이 창을 넘어 방 안까지 밀려든다. 그래서 요 며칠 자전거를 타지 않고 툭툭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여섯 시가 되어갈 무렵, 패스 앱으로 부른 툭툭이 금방 교문 앞으로 왔다. 그런데 운전석 옆에 아주 어린 아이가 타고 있었고 또 운전기사는 그보다 더 어린 아이를 안고 있다. 그래서 내가 부른 툭툭이 아닌가 하고 차 앞을 보니 번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좀더 기다려야 하겠구나 생각하면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그 기사가 폰을 보여주며 내가 부른 툭툭이 맞다고 한다. 다시 차 앞을 보니 구석진 자리에 차 번호가 적혀 있어 확인해 보니 내가 부른 툭툭이 맞았다.

같이 툭툭이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나를 자꾸 쳐다본다. 그 아이는 내가 툭툭을 탈 때 나를 보고 ‘알로우’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가는 길, 툭툭 기사는 캄보디아어로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큰 아이는 바이 처남, 그러니까 세 살이고 자기가 안고 있는 작은 아이는 뻐람 바이 카에, 여덟 달이 되었단다. 다른 이야기도 몇 마디 하는데 그건 알아듣지 못했다. 기사는 아이를 안고서도 능숙하게 툭툭을 몰았다. 가끔은 앞지르기도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툭툭 기사는 이혼을 했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운전대 옆에 젖병이 있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가 먼저 바이바이 하면서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용돈으로 천 리엘이라도 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면서 생각해 보니 돈을 주지 않은 것이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보기는 좋아도 아이 두 명을 데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한 손으로는 여덟 달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안고 나머지 한 손으로 운전을 한다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을 테고. 그 생각을 하니 아이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것이 잘한 일이라고 다시 생각했다.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준다면 그 기사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운행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고 그게 내 기준으로 판단한 것일 테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캄보디아에 와서 자주 툭툭을 타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참 낯선 경험이었다. 아름답지만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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