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면 오래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멋진 몸매를 가진 ‘몸짱’을 꿈꾼 적이 있을 겁니다. 저도 몸짱이 되어보려고 열심히 운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웬만한 노력으로는 근육이 살아있는 멋진 몸을 만들기가 어렵더군요. 게다가 근력운동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로 헬스장 운영이 중단되자 억지로 하던 근력 운동을 결국 쉬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축구와 축구를 잘하기 위한 스트레칭이라도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던 중에 영화 ‘부산행’을 보게 되었습니다. K좀비를 세계에 알린 흥행작답게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더군요.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대전역 장면이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상화(마동석 분)가 좀비 떼가 올라오는 것을 보자 성경(정유미 분)을 번쩍 들어서 계단 쪽으로 옮긴 후 피신하는 부분 기억나시나요? 배가 불러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보호하는 남편이 참 멋지더군요. 나는 우리 아내를 번쩍 들어서 옮길 수 있을까? 바로 시험해 봤는데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다시 생각을 바꿨습니다. 몸꽝만 면할 것이 아니라 근력을 좀 기르기로 했어요. 좀비를 만날 일은 없겠지만 아이도 안아주고 무거운 물건도 들어야 할 테니까요. 방법을 찾다가 아내와 저녁마다 산책을 나가는 김에 철봉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철봉 하는 법에 관한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다지 복잡한 운동은 아니지만 부상의 위험이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에요. 무리해서 여러 개를 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꾸준히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한 턱걸이 개수는 달력에 적어서 얼마나 실력이 느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4세트를 하되, 세트 간 개수는 하나씩 줄였습니다. 4-3-2-1 이런 식으로요.
아래 그래프는 제 턱걸이 개수가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한 번에 세 개를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한 번에 10개 이상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아내와 함께 습관처럼 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게 되더군요. 개수를 기록해서 실력이 느는 것을 확인하니까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몸에 힘이 좀 생긴 것이 느껴지자 아내를 다시 들어봤습니다. 번쩍은 아니지만 아내를 안아 들고 둘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것이 재미있고 기분이 좋더군요. 아내와 같이 산책하는 길에 하지 않았으면 꾸준히 하지 못했을 거에요. 하루 10분만 더 투자한 것 치고 매우 훌륭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다른 운동도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한다면 몸짱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다른 재미있는 일도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3년쯤 뒤에는 몸짱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운동만이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 배려하는 것, 깊이 있게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등등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해야 하는 일들이지요. 턱걸이에 성공했으니 다른 일들도 찾아서 꾸준히 해 볼 생각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아내와 함께 할 겁니다. 성공하면 이번처럼 마주 보며 크게 웃을 수 있겠죠?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